[못된 엄마 현실 육아] (23) 욕하는 아이는 죄가 없다 '어머님이 누구니?'

입력 2018-04-30 07:30   수정 2018-05-02 09:34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잔뜩 나 있어?"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물컵을 던진 후 그런 모습이 조 전무의 일상이라면서 한 간부에게 고함치는 또 다른 음성파일이 공개됐을 때뉴스를 같이 보던 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누가 모르냐고, 사람 없는 거! 됐어! 가! 나한테 왜 이래 진짜! 난 미치겠어 진짜. 아이 씨! 네가 뭔데! 그건 됐고! 가! 아이 씨! 너 뭐야!"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전후사정은 알 수 없으나 들으면서도 내 귀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냥 화가 난 정도가 아니라 악을 쓴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악에 받치다'라는 표현을 살아가면서 별로 쓸 일이 없었는데 딱 그 단어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어떤 막장드라마에서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고성을 지르는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은 없었다.

대기업 총수의 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을 그가 저렇게 분노에 가득 차서 반말 섞인 호통을 칠 만큼 그렇게 세상은 불만 덩어리였던 걸까.

얼마 안가 조 전무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음성파일도 폭로됐다.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아우 저 거지같은 놈. 이 XX야. 저 XX놈의 XX 나가!"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음성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지만 평소 모습을 알 수 없는 내가 들어도 "와. 이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나 했는데 엄마까지 똑같네. 어쩜 이렇게 모녀 말투가 똑같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공통점이 있었다.

대한항공 일가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평생 쌓아놓은 부(富)는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땅바닥에 떨어진 명예는 도로 주워담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 사람의 품격을 가장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바로 말투다.

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담고 있는 말투는 인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힌트이자 동시에 역으로 인격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역으로 인격이 형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내뱉는 욕설은 남을 무시하는 인격을 형성케 하고, 남을 비하하는 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존중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대한항공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아버지뻘 직원들에게 '갑질'하고 욕을 하는 모습을 통해 그 부모인 조양호 회장과 이명희 이사장의 가정교육이 비난을 받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엄마가 된 후 이런 점은 더욱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내 말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그대로 나에게 돌려주는 자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하는 말투 중 마음에 안든다 생각되는 말이 있다면 그 말은 어김없이 내게서 배운 것들이다.

큰 아이가 동생에게 짐짓 어른이라도 된 양 "내가 이러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하지 말아야지!"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거울 속 나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되돌아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줄 때 "했어 안 했어? 응?"이라고 다그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은연중에 아이가 내뱉는 말을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경험상 나쁜 말은 더욱 빠르게 받아들인다.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에서 우아하고 예쁜 모습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엄마가 있었다.

목소리도 너무 상냥하고 유머감각도 있는 데다가 성격까지 좋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엄마, 어린이집에서 ○○이 맨날 선생님한테 혼나. 선생님이 뭐라 그러면 '씨X'이라고 욕을 막 해."

"○○이가 장난감을 혼자만 갖고 놀아서 내가 달라고 했더니 나한테 '꺼져'라고 했어. 그래서 선생님이 혼냈어."

얼마 후 딸이 전해준 이같은 이야기에 나는 흠칫 놀랐다. ○○엄마와 자주 만나서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게 해야겠단 생각이 쏙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도 닦는 기분으로 아이 앞에서 말을 조심한다고 하지만 나도 인간이다보니 우울하고 짜증이 날때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은 툭툭 튀어나온다.

가뜩이나 힘든데 아이까지 옆에서 화를 돋구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치게 되고 잠시 후 어김없이 후회는 밀려온다.

화내지 않는 엄마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육아의 신' 오은영 쌤의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방법' 유튜브 영상을 보면 15초만 참아도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심호흡은 응급처치일 뿐 근본적인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은 엄마 스스로 육아에 대한 기본 철학과 방식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는 것. 내 방식이 아직 바로서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좋은 원칙을 대입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참으면 병이 되고 터트리면 후회가 남는 그놈의 화. 엄마라고 완벽할 순 없으니 화를 잘 내기 위해서도 이제는 공부가 필요하구나 싶다.

자식의 행동을 보면 그 부모의 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내 행동, 내 말투를 흉내내며 커가는 우리집 미니미들을 잘 키워서 사회에 떳떳하게 내놓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말도 신중하고 행동도 바르게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노래 가사처럼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누가 물으면 "저요!"라고 자신 있게 손 번쩍 들 수 있도록 말이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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