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제작 포부 밝힌 '태권브이 아버지' 김청기 감독 "심청이를 엘사처럼 만들고 싶어"

입력 2018-05-03 18:14  

老감독의 '죽기 전 이루고 싶은 꿈'
"한국 여성 심청이를 전 세계에
'메시아' 적 존재로 각인시키겠다"

기획 참여한 '태권V피규어' 곧 발매



[ 이우상/강은구 기자 ] “궁궐로 떠내려 온 연꽃에서 나온 심청이는 이제 지 애비를 찾기 위해 온 나라 봉사들을 불러 모아요. 진수성찬을 차려준다는 얘기에 봉사인 척하는 사기꾼도 몰려올 거고. 관리 하나가 가짜 봉사 얼굴 앞에 벌레를 가져가니까 그만 기겁하며 거짓이 들통나요.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거죠.”

사냥할 때 쓰는 모자를 눌러쓴 노(老) 감독의 눈앞에선 벌써부터 심청이를 주제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펼쳐지고 있는 듯했다. 1976년 ‘로봇 태권브이’를 탄생시킨 김청기 감독(77·사진)이 그리고 있는 심청이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울적한 신파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젠 심청이가 궁궐에 모인 봉사들 앞에 나서 그들의 눈을 뜨게 해줄 차례다. 김 감독은 “한국 여성 심청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메시아’적인 존재로 각인해주고 싶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3일 만난 김 감독은 한국 고전 속 심청이를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만드는 것이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말했다. 심청이에 이어 토끼전과 흥부전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도 마저 하고 싶은 일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도 했다. 중국 여전사 ‘뮬란’은 어느새 미국 디즈니의 캐릭터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심청이를 만들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 확보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이웃집 토토로’나 ‘너의 이름은’ 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껏 국내시장에서 유아 대상이 아닌 작품이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기를 끈 작품이 없으니 돈을 선뜻 내놓는 투자자들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로봇만화의 자립을 일궈낸 그는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길을 먼저 뚫는 것이 선배로서 내게 남은 일”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심청이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을 자신도 있다고 했다.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도 극장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원로로서뿐 아니라 태권브이의 아버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로봇 태권브이를 3D 애니메이션으로 내놓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달 말에는 상품기획에 참여한 태권브이 피규어도 발매된다. ‘그 시절 농담’처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반구형 천장을 열고 출동하는 모습의 피규어다. 피규어 전문 제작사 추억스튜디오가 만들고 지마켓이 유통을 맡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엉뚱산수화’ 56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삼국시대·조선시대 풍경에 태권브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으로 직접 그린 작품들이다. 올해부터는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에서 활약하는 태권브이의 모습을 그리겠다고 했다. 태권브이를 통해 역사 속에 맺힌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것이다. “노인 하나가 사망하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어요. 지금도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죠.” 그는 로봇 태권브이를 처음 만든 35년 전처럼 여전히 꿈이 많은 애니메이션 감독의 모습이었다.

글=이우상/사진=강은구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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