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어디를 가든 예술이네~… '건축의 도시' 바르셀로나

입력 2018-05-07 15:26   수정 2018-05-07 15:26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스페인 바르셀로나

'건축의 도시' 바르셀로나

파밀리아 성당의 위엄… 도시가 건물을 위해 존재하는 듯

가우디가 친구 위해 설계한 구엘공원
모자이크 형태 디자인으로 유명

카탈루냐 광장 남쪽 람블라 거리
꽃가게·디자인숍… 언제나 활기 넘쳐




흥겹고 현란한 플라멩코 춤사위, 붉은 천인 카포테(capote)를 흔들며 성난 소를 단번에 제압하는 투우사의 정열, 예술로 담아낸 도시의 건축물들. 스페인을 말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강렬하면서 화려한 이들의 정서는 발걸음 닿는 곳마다 전해진다. 130년 넘게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한 곳.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바르셀로나=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도시 설계의 창의성, 건물에 자연을 담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날 외출. 평일이라지만 낮인데도 고요했다. 거리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다들 조용히 걸었다. 도로의 차들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달리는 것처럼 조용했다. 어떤 차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내 귀가 잘 안 들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먼저 다녀온 다른 유럽 나라 영향이 컸다. 기대했던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 이름만 대면 모두가 ‘버킷리스트’를 내세우며 가고 싶어 하는 곳.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명소를 제외한 여러 장소에서 건물 외벽의 낙서와 소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파리와 로마를 여러 번 다시 찾으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지긴 했다. 도시가 바뀐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판단했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 미안하다.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은 좋았다. 거리는 지금 막 물청소라도 끝낸 것처럼 말끔했다. 건물의 외벽도 신기하리만치 낙서는 물론 흔한 벽보 한 장 볼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 건물과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저게 뭐지?’ 눈에 신기한 건물이 들어왔다. 자동차로 빽빽한 도로 건너편에 식물에 둘러싸인 건물 한 채가 서 있었다. 건너 가서 보니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풀과 나무다. 층마다 화단을 이룬 것처럼 외벽 쪽으로 촘촘하게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봤음직한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이다.

알고 보니 바르셀로나의 환경 디자이너 카펠라 가르시아가 설계한 친환경 건물이라고 한다. 이름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지었다. 식물을 뜻하는 베지테이션(vegetation)과 건축물을 뜻하는 아키텍처(architecture)를 붙여서 베지텍처(vegitecture)라고 부른다고. 언뜻 보면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제멋대로 자라난 식물로 가득한 건물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연과 도시가 교집합을 이룬 것처럼 아름다웠다. 도시가 깨끗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과거부터 건축물에 예술혼을 담아낸 스페인 사람들. 오래된 건물에 자연을 접목한 손길이 아름답다. 명소를 찾기도 전에 기대감이 커졌다.

전설 써내려가는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을 말하면 열의 아홉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라고 되묻는다. 마치 이탈리아를 말하면 로마의 콜로세움을 답하고, 프랑스를 얘기하면 파리의 에펠탑을 말하는 것처럼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를 넘어 스페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몇 개 나라를 다니다 보면 유독 명소에 성당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어느 순간 ‘유럽의 성당은 다 비슷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생긴다. 사실이다. 유럽에서 처음 성당에 들어서면 그곳이 어디든 형형색색의 조각과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거쳐 가는 나라와 도시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녀온 성당 사진을 펼쳐놓고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 즈음 충격요법이 돼주는 곳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스페인을 소개하는 책자를 꼼꼼하게 읽고 가도 놀란다. 아는 척하고 갔어도 성당을 마주하고 나면 형용할 수 없는 힘에 압도당한다.

제멋대로 현대식으로 바뀌어버린 도시에 우뚝 서서 ‘나 홀로’ 과거를 살고 있는 건물 하나. 고독해 보이지만 외롭지 않은, 오히려 도시가 그 건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람이 아니라 신이 커다란 손으로 점토를 집어서 조금씩 만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규모와 디자인, 곳곳에 세워진 조형물과 조각이 여느 유럽에서 본 성당들과 확연하게 달랐다.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와 건축을 맡아서 지었다. 그의 스승인 비야르가 착공했지만 뜻하지 않게 1883년 가우디가 맡게 됐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40년 뒤 가우디가 사망할 때까지 전체의 4분의 1만 지었고 1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완성 상태라는 것. 이 건물은 가우디 사후 100년에 맞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8년은 더 지어야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은 크게 세 개의 출입구인 파사드(Faade)가 중심인데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로 나뉘어 있다. 가우디는 탄생의 파사드 하나만 완성했다. 파사드마다 건축가의 열정과 혼이 녹아 있어 건축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마치 성당이 예술의 집대성 혹은 예술가들의 열정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저 아름답다거나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오롯한 쉼, 공원 산책에서 야간 분수 쇼까지

파밀리아 성당은 겉에서만 봐도 압도하는 힘이 있지만 내면은 또 다르다. 자연 채광이 뛰어나 성당 내벽 선과 면의 조화가 눈에 화려하게 들어왔다. 기둥은 아름드리 나무가 바닥에서부터 뻗어 오른 듯 디자인돼 있다. 기둥이 맞닿은 천장엔 기하학적 문양의 꽃들이 만개해 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곳곳에서 “와!” 하는 탄성이 쏟아진다.

성당의 겉과 속을 살펴봤다면 충분히 파밀리아에 마음이 빼앗겼을 터, 이제 멀리서 성당을 조망할 차례다. 어지간히 높은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걸어서 도착한 곳이 구엘공원이다. 시간 여유와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바르셀로나는 걸어서 돌아보기를 권한다.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예술혼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다. 사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 남긴 여러 건축물 중 다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구엘공원을 정수로 꼽는다.

이곳은 최초 가우디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구엘을 위해 설계됐다. 본래는 주거용으로 착공했지만, 공사가 중단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돼 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명칭은 공원이지만 ‘경험 가능한 예술작품’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다. 가우디의 섬세한 손길이 입구의 경비실을 시작으로 돌계단을 타고 공원 전체를 감싼다. 특히 공원 곳곳을 장식한 화려한 모자이크가 유명한데 도마뱀 작품은 모든 방문자의 인증사진 코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모자이크로 자연을 형상화한 공원 벤치에 앉아 쉬거나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어디에서 세계적인 예술작품에 몸을 기댄 채 쉴 수 있을까.

이곳에선 파밀리아 성당을 품은 도시도 내려다보인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잔잔히 뻗어 있는 도시와 스페인의 상징이기도 한 파밀리아 성당이 그림처럼 마음에 담긴다. 시간을 쪼개 더 많은 곳을 돌아보는 게 여행의 즐거움인데 난 노을이 질 때까지 공원에서 책을 읽고 산책하며 쉬었다.

바르셀로나에 어둠이 찾아왔다. 이곳의 화려함은 밤이 돼도 줄어들지 않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몬주익성 언덕의 야간 분수 쇼 때문이다. 클래식에서 팝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분수의 향연은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실제로 세계 3대 분수 쇼로 꼽힐 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곳 분수 쇼는 월별로 요일과 시간이 조금 다르다. 미리 확인하고 오는 것이 좋다.

흥겨운 음악, 퍼포먼스의 무대, 람블라 거리

워낙 걷는 걸 좋아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정말 많이 걸었다. 지도를 보지 않고 무작정 걷다가 눈에 띄는 뭔가가 나타나면 지도를 보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찾기도 했다. 광장은 물론 큰 거리에서부터 작은 골목까지 여정을 느림의 미학으로 채워갔다.

여러 거리를 다녔지만 단연 람블라(La Rambla) 거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람블라스(Las Ramblas)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바르셀로나 북쪽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 항구 평화의 광장까지 이어진 약 1㎞의 대로를 말한다. 사시사철 활기가 넘치는 덕에 바르셀로나 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명소다.

거리에 들어서면 길 한편으로 화려한 꽃이 가득한 꽃가게와 새를 파는 상점, 디자인 숍, 카페테리아 등이 이어진다. 낮에 오면 여느 거리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거리 정취를 즐기며 소소하게 쇼핑하거나 카페에서 쉬며 시간을 보내기엔 좋다.

산책로 바닥에는 세계적인 예술가 후앙 미로가 디자인한 모자이크도 깔려 있다. 낮이라야 더 좋은 볼거리다. 모자이크를 지날 무렵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르셀로나 최고의 오페라 전당인 리세우 극장(Gran Teatre del Liceu)도 보인다.

거리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르면 바르셀로나 최대 시장인 산호세 시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 스페인 전통 과자, 생필품 등이 가득하다. 난 밤과 낮을 바꿔가며 람블라 거리를 여러 번 찾았다. 이곳은 시간대별로 분위기가 달랐다. 낮에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역시 밤이 더 좋았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건물과 거리에 전등이 켜지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피리 소리에 모여드는 아이들처럼. 순식간에 인파가 늘어나면 거리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시작되고 거리는 천천히 사람들의 즐거운 속삭임으로 메워졌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됐다. 가만히 인파의 걸음에 맞춰 따라 걸으면 하나가 된 듯 흘러갔다. 거리 한쪽에서 마임을 하거나 독특한 복장을 한 사람이 시선을 끌면 그저 이끌려가서 보고 함께 웃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1㎞ 남짓한 거리는 다른 세상과 연결된 웃음 터널 같았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땅거미가 내리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옮겨졌다. 하루 여정의 피로해소제 같은 곳이었다.

바르셀로나=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메모

인천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직항은 대한항공뿐이다. 매주 월·수·금·토·일요일 오후 1시에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12시간50분이다. 1회 경유하면 선택의 폭이 넓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체코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이 있는데 체코항공이 14시간5분으로 가장 짧고 최대도 15시간 미만이다.

16도의 연평균 기온과 지중해성 기후의 쾌적함 덕분에 연중 언제 가도 여행하기에 좋다. 걸어서 다니기에 도시가 큰 편이지만 산책하듯 걸으면 명소는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도 잘 돼 있는데 지하철과 버스, 트램, 국철과 기차 등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동선을 잘 짜면 지하철 한두 번으로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

걷는 게 싫다면 처음부터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게 좋다. 홀라 바르셀로나(Hola BCN) 카드는 일정 기간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최소 48시간부터 최대 120시간까지, 24시간 단위로 티켓을 선택할 수 있다. 48시간 요금은 15유로, 120시간은 35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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