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고양이 건강 걱정돼 금연… "연봉 깎여도 좋다" 사료업체 이직도

입력 2018-05-07 18:33   수정 2018-05-08 05:22

개·고양이도 '가족'… 싱글족의 반려동물 사랑법

반려견 장례식 치르느라…
"할머니 아프다" 핑계 대고 여름휴가 미리 당겨쓰기도

달팽이·사슴벌레도 키워요
조용하고 매일 먹이 안줘도 돼… 유튜브 보며 기르는 법 '열공'

"애완견도 '개XX'일 뿐" ?
"개 끼고 사니 결혼 못하지"… 비아냥대는 상사와 얼굴 붉혀



[ 심은지 기자 ] 유통업체에 다니는 진 과장은 업무 중에도 틈틈이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본다. 반려견 코카스파니엘 ‘코코’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올해 17살이 된 코코는 건강 상태가 악화돼 혼자 힘으로 잘 일어서지 못하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진 과장은 “CCTV를 보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직장 동료들도 있지만 코코는 나에게 가족과 같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집으로 달려가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김과장 이대리들도 늘고 있다. 팍팍한 일상에서 반려동물에 애정을 듬뿍 주는 게 이들에겐 삶의 활력소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있는 반면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며 이해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인식 차이로 인해 사내에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내 인생의 동반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장인들은 가족 못지않게 개, 고양이 등에 애정을 쏟는다. 연구기관에 다니는 하 차장은 고양이 덕분에 금연에 성공했다. 애묘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간접흡연이 고양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시글을 본 직후다. 바쁜 와중에도 고양이 전용 음식을 만들 정도로 고양이 사랑이 지극한 하 차장이었다. “매번 금연에 실패했는데 고양이 덕분에 금연하니 좋죠. 주변에선 유난스럽다고 하지만 인터넷 카페에 가면 저보다 심한 사람도 많습니다.”

패션업체에 다니는 조 대리는 요즘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느라 분주하다. ‘징검다리 연휴’를 반려견과 보내기 위해서다. 조 대리는 4년 전 반려견과 함께 강원 속초를 다녀온 이후 연휴 때마다 반려견과 여행을 가고 있다. 불편한 점도 많다. 장거리 외국 여행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조 대리는 “애견 펜션은 동급 숙소보다 가격도 1.5~2배 비싸다”며 “그래도 가족 같은 반려견과 함께 휴가를 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애묘인인 최 과장은 지방의 중견기업에 다니다 애완동물 사료업체로 아예 직장을 바꾼 경우다. 그는 대학 시절 길고양이를 길렀다. 이전 회사의 연봉이 조금 더 높았지만 애완동물 사료업체에 다니면 훨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경리팀으로 입사했지만 최근엔 제품 연구개발(R&D)에도 관여할 만큼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 최 과장은 “고급 사료를 저가에 구할 수 있는 점도 좋다”며 “일하면서도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곤충, 달팽이…‘이색 애완동물’

곤충, 민물고기, 도마뱀 등 이색적인 애완동물도 김과장 이대리들 사이에서 인기다. 소음이 없고 하루 종일 집을 비워도 괜찮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한 대리는 사슴벌레를 기른다. 먹이를 매일 줄 필요 없이 2~3일에 한 번만 줘도 된다. 유충이었던 사슴벌레가 성충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다. 한 대리는 “이색 애완동물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정브르’를 즐겨 보면서 다음엔 어떤 애완동물을 길러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박 차장도 햄스터, 식용 달팽이 등을 키우고 있다. 그는 햄스터 두 마리를 분양받아 40마리까지 번식시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식용 달팽이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두 마리만 애완용으로 키웠는데 달팽이가 알을 낳아 지금은 100마리 이상을 키우고 있다. 달팽이들이 부드러운 상추만 먹는 탓에 올초 상춧값이 폭등했을 때 얇아진 지갑을 걱정할 정도였다. “처음엔 아이들 교육에 좋을 것 같아서 키웠는데 지금은 내가 더 애정을 쏟고 있어요. 가끔 수가 너무 불어 돌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래도 손톱만 했던 달팽이가 주먹만 해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개××’ 소리에 직장 상사와 갈등

김과장 이대리들 사이에선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젊은 직원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한데, 상사들은 ‘반려동물은 동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30대 중반 미혼인 김 과장은 최근 팀장에게 “맨날 개를 끼고 사니 네가 결혼을 못 하지”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크게 상했다. 회식 자리에 함께 있던 이 팀장은 “젊은 사람이 돈이 없어 결혼 못 하고 아이 못 낳겠다고 하는데 다 헛소리”라며 “본인 자식한테 써야 할 돈을 개××한테 쓰는 꼴”이라고 했다. 김 과장이 “개 키우는 사람한테 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걸 깎아내리지 말라”며 정색하자 팀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김 과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간격이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형 식품기업에 다니는 정 과장은 최근 때 이른 여름휴가를 썼다. 회사에는 할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15년간이나 키운 반려견 ‘반디’를 떠나보내기 위해서였다. 장례도 치러야 했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이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부장에게 반려견 때문에 휴가를 써야 한다고 말이 안 떨어져서 할머니 핑계를 댔어요.”

보신탕 마니아는 ‘끙끙’

반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불편한 직장인들도 많다.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난감함을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철도 공기업에 다니는 조 과장은 시도 때도 없이 애완동물 사진을 팀 단체 카톡방에 올리는 심 부장 탓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심 부장은 퇴근 시간 이후에도 본인의 애완견 사진을 올리면서 ‘귀엽다’는 반응을 기다린다. 조 과장은 “내 눈에는 그냥 동물일 뿐인데 자기와 같게 예쁘고 귀엽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자타공인 ‘보신탕 마니아’인 허 대리도 마찬가지다. 종각 및 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유명한 보신탕집은 다 꿰고 있는 그지만 최근엔 입을 다물고 있다. 사무실에서 보신탕 맛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허 대리와 다른 직원들을 보고 “야만인 같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몇몇 직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예전에 개를 키워본 적이 있지만, 키우는 개와 식용 개는 명백하게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인식 차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공개적으로 ‘보신탕 즐긴다’고 말하는 게 꺼려지게 되더라고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박 과장은 반려견을 자식처럼 키우는 김 사원과 그런 김 사원을 못 마땅해하는 윤 부장 사이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일과가 끝난 뒤 저녁 회식을 소집한 윤 부장에게 김 사원은 “키우는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 한다”며 일찍 퇴근했다. 이를 본 윤 부장은 회식 내내 “애도 아니고 강아지가 아파 집에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 김 사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설교했다. 박 과장은 “혼자 살며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겨온 김 사원에게 강아지는 아이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사정을 모르는 윤 부장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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