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 교수가 내정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윤 내정자의 과거 발언들 때문이다. 특히 이달 중 초대형IB로는 두 번째로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NH투자증권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NH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채용비리와 지주회사 지배구조 검사 등으로 막혀있던 NH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작업이 김광수 NH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속도를 내게 된 것이다.
NH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증선위에서 통과 되면 금융위원회 최종 확정을 거쳐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NH증권의 발행어음 한도는 자기자본 4조8000억원 대비 두 배인 9조6000억원이며 연내 1조5000억원 규모로 우선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을 초대형IB로 지정했다. 이중 한투만 유일하게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받은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8조원까지 자본을 확충해놨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중단됐고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 영업정지를 받은 전력이 문제가 돼 발행어음 인가를 자진 철회했다 6월께 재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신임 금감원장 내정자 발표이후 초대형 IB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4일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된 윤 내정자는 "초대형 IB에 대해 은행 수준으로 감독해야한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단기 상업은행 업무를 하는 초대형 IB에 대해 은행 수준의 감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초대형IB에 대해 오는 2019년에 도입되는 바젤Ⅲ 수준에 근거한 BIS비율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혁신위는 보고서에서 초대형 IB의 신용공여 대상을 지분투자,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IB의 고유기능이나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대표이사(CEO)는 "내정자가 초대형 IB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은행 편향적인 시각으로 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생산적 자금 흐름의 마중물 역할이 돼야할 자본시장이 규제 강화로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이사는 "이제 막 자본금을 늘리며 체력을 키워가는 대형IB를 옥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한국의 작은 시장에 머무르며 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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