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존심 잃어버린 고용부

입력 2018-05-08 17:38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등 경영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업종에 대해 업계 및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특별고용지원업종(고용위기업종) 지정 여부·시기·지원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2016년 4월8일 고용부가 낸 보도설명자료 내용이다. 설명자료를 부른 기사는 당시 19대 총선 거제지역에 출마한 김한표 새누리당 후보가 “이기권 고용부 장관과 통화한 결과 곧 조선업이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였다. 총선을 며칠 앞두고 나온 보도에 자칫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고용부는 민첩하게 움직였다. 보도설명자료와 함께 “장관이 전화한 것이 아니라 김 후보가 통화를 강력하게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는 대변인의 상세한 해명도 곁들였다.

그로부터 2년, 이달 초 전남지역 언론에서는 “영암·목포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관련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기사에는 예외 없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등장했다. 박 의원 지역구는 목포다. “박 의원이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의 협력을 약속받았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고용부는 지난 3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영암과 목포를 조선업 불황에 따른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고용부 발표 이후에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박 의원과 박홍률 목포시장의 합작품”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역시 고용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고용위기지역이나 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금융지원은 물론 실업급여 연장 지급 등 해당 지역과 업종에 적지 않은 혜택이 제공된다. 해당 지역 정치인이 발벗고 나서 지정을 돕는 것은 의무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2년 만에 벌어진 똑같은 상황에 고용부가 대처하는 자세가 180도 달라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목포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영암으로 출근하는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동일 경제권”이라는 고용부 설명이 궁색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월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이 대폭 완화될 당시 향후 정무적 고려가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일까. 고용부가 ‘자존심’을 접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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