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캐시리스 실험' 적중… 인도, 다시 7%대 성장 질주

입력 2018-05-08 19:33  

지하경제 양성화 세수 기반 넓혀
年 1010만명 생애 첫 소득세
자영업자 세금 신고 50% 늘어

모바일 결제 시장 급팽창
외국인 투자 年 30%대 증가
재정 적자·美금리 인상이 변수



[ 유승호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현금 없는(캐시리스·cashless) 사회’ 실험이 초기 혼란을 딛고 성과를 내고 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2016년 11월 고액권 지폐 사용을 전격 금지한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은 시행 초기에는 현금 거래가 중단되는 등 큰 부작용을 불렀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나면서 세수 기반이 넓어지고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화폐개혁 충격 등으로 연 5%대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도 연 7%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도 경제의 골치 ‘지하경제’

인도 화폐개혁의 최대 성과는 세원 확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2016년 11월 이후 1년간 1010만 명이 생애 최초로 소득세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과거 6년간 평균인 620만 명에 비해 60% 넘게 늘어난 수치다.

2016년 11월 인도 정부는 500루피(약 8000원)와 2000루피(약 3만2000원) 신권을 발행하면서 기존 500루피와 1000루피 구권 사용을 금지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한 달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그동안 은행에 예치하지 않은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현금의 86%가 예치 대상이었다. 대신 신용카드 및 전자결제를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줘 현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부작용이 예상됐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규모가 17%로 중국(20%), 러시아(22%)에 비해 낮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지하경제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의 현찰 자산이 은행에 예치됨으로써 세원 파악이 원활해졌다. 세제개혁도 함께 추진됐다. 29개 주(州)별로 제각각이던 부가가치세율을 전국 단일의 상품·서비스세로 바꿨다. 이후 소규모 사업자의 세금 신고가 50% 증가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래 투명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효과도 거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인도에서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결제금액이 2020년 5000억달러(약 539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기업 페이티엠은 이용자가 2억8000만 명에 이른다. 페이티엠의 모기업인 원97커뮤니케이션스는 기업가치가 57억달러(약 6조1400억원)로 세계 20위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FT는 “인도가 독립 후 처음으로 공공 서비스에 필요한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 7%대 성장률 회복

인도는 화폐 및 세제개혁에 힘입어 최근 경제 성장에서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일시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2분기에는 성장률이 연 5%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 조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5.7%에서 3분기 6.5%, 4분기 7.2%로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성장률을 7.4%로 전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전년 대비 30%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 들어 주요 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 상한을 높였다. 연간 10%가 넘던 물가상승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5월 집권한 뒤 점차 낮아져 최근 5% 안팎까지 떨어졌다.

모디 총리는 평균 4년이 걸리던 파산 절차를 180일 이내로 단축하는 등 기업 관련 법제도 정비했다. 이 같은 파산법 개정은 은행이 부실채권을 빨리 털어낼 수 있게 해 대출 여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인도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 3.4% 상승했다.

다만 불안 요인도 남아 있다. 재정수지 적자와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유출은 부담이다. 인도의 재정적자는 모디 총리 집권 후 줄어들긴 했지만 매년 GDP의 3%를 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해도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를 3.3%로 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5.2% 하락했다.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만모한 싱 전 총리는 지난 7일 인도 힌두스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정부의 화폐개혁과 세제개혁으로 영세 상인과 중소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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