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정신 흐리고 범법자 미화" 지적
전과자들 출연 경험담 소개
시청자의 70%가 10~20대
조폭·음란 방송도 우후죽순
'표현의 자유 제한' 비판에
방심위 심의는 신고건수 10% 불과
[ 조아란 기자 ]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데, 그래도 가까운 건 주먹이다 이 야. 꼽냐?”10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의 한 방송 동영상. BJ(진행자)가 시청자들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BJ는 이날의 방송 게스트를 ‘깡패이자 감옥에만 20년 있었던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출연자들이 “반대 조직에서 작업할 때 우리 연장 다 깨졌다”는 식의 살벌한 얘기를 풀어내자 채팅창에는 “진정한 상남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신이 난 출연자들은 모형 총으로 머리를 긁고 자기 뺨을 다섯 차례 연속으로 때리면서 호기를 부렸다.
◆‘교도소 방송’에 환호… 조폭 방송까지
‘엽기 먹방(먹는 방송)’ ‘벗방(옷 벗고 하는 방송)’ ‘야방(야한 방송)’에 이어 ‘교방(교도소 방송)’까지 인기다. 교방은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고 나온 전과자들이 감옥에 간 경위와 교도소 생활에 대해 들려주는 방송이다. “××소년교도소 노래를 듣고 싶으면 별풍선을 달라”며 교도소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주는 식이다. 훈제닭, 콜라, 떡갈비, 소시지 등 교도소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몰래 제조해 먹는 ‘징역 찜닭’ 등도 만들어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세상 살기 힘든데 교도소나 가볼까”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환호한다. 징역 8개월을 살고 나왔다고 알려진 한 BJ는 하루에 별풍선 50만 개(5000만원)를 받았을 정도다.조폭 방송도 등장했다. 전직 조폭을 자처하는 BJ는 어깨에 힘을 주며 다른 조직과 했던 싸움, 조폭 세계에서 쓰는 은어 등을 소개한다. 시청자들에게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는 훈수도 잊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의 주 시청자인 10~20대에게 범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달 법률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억원을 주면 1년 정도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학생 3656명 중 절반이 넘는 51%(1879명)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아슬아슬 ‘벗방’… 경찰 “신고 건만 대응”
벗방 야방 등 음란성 콘텐츠는 위험 수위를 치닫고 있다. 나비TV, 별TV, 윙크TV, 인범플레이, 트위치, 팡TV 등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승부하는 분위기다. 3년 전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미성년자와 2 대 1로 성관계하는 장면을 20여 분간 내보내고 700만원어치를 챙겨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한 BJ도 다른 사이트에서 방송을 재개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근거해 신고가 들어온 건에 한해 심의하고 있지만 시정요구를 받아도 사업자가 무시하거나 해당 BJ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방심위가 실제 심의를 내리는 건 신고 건수의 10%를 밑돈다. 경찰도 미온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 협박 등 방송 중 확실한 위법이 있다면 제재할 수 있다면서도 “위법 판단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신고 건에 한해서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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