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그림 이번엔 85억… 미술 경매 최고가 다시 썼다

입력 2018-05-27 20:02  

빨간색 점화, 홍콩경매서 낙찰… 수수료 포함 땐 100억

사실상 그림값 100억 시대
2015년 이후 여섯 번째 신기록
1972년 뉴욕에서 제작한 대작
희소한 색조가 가격 상승 역할

미술시장 활성화에 견인차
작년 10억 넘는 작품만도 23점
외국인 컬렉터들도 구입 가세
경제규모 비해 시장 아직 협소



[ 김경갑 기자 ] 한국 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27일 홍콩 하얏트호텔에서 연 경매에서 고(故) 김환기 화백(1913~1974)의 1972년 작품 붉은색 전면 점화 ‘3-Ⅱ-72 #220’이 서면과 현장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사상 최고가인 85억원(6200만홍콩달러)에 팔렸다. 수수료 18%를 포함한 가격은 1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4월 옥션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청색 점화 ‘고요, 5-IV-73 #310’의 65억5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김환기는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971년 작품 푸른색 전면점화 ‘19-Ⅶ-71 #209’가 47억2100만원에 낙찰되면서 박수근의 ‘빨래터’가 8년간 지킨 미술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후 연거푸 여섯 번이나 신기록을 경신했다.

‘3-Ⅱ-72 #220’은 김환기의 작품 세계가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뉴욕시대’에 제작된 작품이다. 2015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김환기의 선·면·점’에서 선보여 미술 애호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세로 254㎝, 가로 202㎝로 빨간색 점들이 가득한 가운데 화면 위쪽으로 파란색 삼각형이 자리 잡고 있어 강렬한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대작인 데다 세모꼴 포인트가 등장하는 조형적 희소성, 푸른색과 붉은색이라는 색채 사용의 탁월성 등이 작용해 미술계에서는 이미 80억원 이상에 팔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한국 미술품 점당 가격이 사실상 100억원 시대에 들어섰다”며 “미국 일본처럼 선진형 미술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투자 패러다임 변화, 외국인 애호가들의 영향력 확대 등 수급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미술 경매시장 첫 2000억원대 예상

1998년 서울옥션에서 그림 경매가 처음 이뤄졌을 당시 낙찰 작품은 근대화와 고미술품 등 36점에 불과했다. 지난해 낙찰 작품은 1만8000점을 훌쩍 넘어 500배나 성장했다. 국내 경매시장은 2007년 1900억원대를 돌파한 직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1000억원대 밑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10년 뒤 미술품 경매회사가 12개 업체로 늘어나고, 경매시장 규모도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작년(1892억원)에는 2007년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작품이 23점이나 새로 탄생했다. 올해는 김환기 그림값이 사실상 100억원을 넘긴 만큼 경매시장도 2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은 외국인 미술 애호가의 한국 미술품 수집으로 시장 체질이 바뀌고 있다. 상하이 금융재벌 류이첸 등 아시아권 미술 애호가들은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단색화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홍콩과 뉴욕, 서울 경매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약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에서 공부한 4050세대 기업인이 경제 주체로 떠오르면서 금융자산 중 미술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시장에 긍정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할 만한 작가들이 많아진 것도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령 김환기 작품 가격은 1990년대 점화가 점당 1억~2억원에서 올 들어 20억~1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투자 이익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초우량 작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경매 낙찰 총액 10억원을 넘는 ‘10억 클럽’ 가입 작가는 김환기 외에도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이우환 장욱진 등 약 30명에 이른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과거 작가들을 신뢰할 수 없던 시절에는 장기 투자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투자할 만한 작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도 미술품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GDP의 0.02%에 불과한 초라한 시장

하지만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미술시장이 너무 작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은 637억달러(약 69조원)로 전년보다 12% 성장했다. 미국이 28조원대로 커졌고 중국(14조원)과 영국(13조원)도 시장의 덩치를 키워 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경매와 350여 개에 달하는 화랑들의 거래액을 합해 봐야 약 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2007년 이후 10년째 성장세를 멈춘 상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미술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0.02%에 불과했다. 영국(0.47%)의 22분의 1수준이다. 미국(0.13%), 프랑스(0.14%), 중국(0.11%)에도 턱없이 밀리고 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한국 미술시장은 김환기로 대표되는 단색화에서 벗어나 민중미술, 비디오아트, 극사실주의 화풍, 한국적 팝아트 등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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