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절벽길 따라 숨막히는 비경들… 울릉도의 '속살'을 탐하다

입력 2018-06-17 14:55  

여행의 향기

'태고의 신비' 간직한 동쪽 끝 섬… 독도의 '감동'을 가슴에 담다




생각했던 것보다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온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울릉도는 육로로 포항까지 가서 포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3시간 반이나 걸려야 닿습니다. 아침 배를 타고 가려면 서울에서 적어도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이동 시간만 족히 10시간은 걸립니다. 비행기를 10시간 타면 캐나다까지 갈 수 있으니 참으로 멀고 험한 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는 순간 왜 울릉도에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섬 속에 솟은 산들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바다는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합니다. 울릉도를 보지 않고는 섬 여행을 얘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2500년의 역사를 지닌 향나무

한차례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울릉도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쳤다. 선창으로 언뜻 해무를 머리에 얹은 산이 나타났다. 배가 닿은 울릉도 도동항은 군청과 식당 숙박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울릉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어서인지 배에서 내린 여행객만 족히 900명이 넘는다.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고 여행객은 물론 상인들까지 뒤엉켜 있어서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울릉도 하면 오징어와 호박엿이 명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도동항 입구에는 호박엿을 팔거나 건조 혹은 반건조 오징어를 파는 가게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다. 도동 부두 근처 식당들에서 오징어회 한 접시를 3만 원에 팔고 있지만, 접시에 내는 오징어 양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울릉도의 진풍경 중 하나인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여객선 선착장 옆의 빨랫줄에 아이 손바닥만 한 오징어 열댓 마리를 말려놓은 것을 본 게 울릉도에서 본 유일한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었다.

울릉도는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이라고 불린다. 도둑과 거지, 뱀이 없고 바람과 향나무, 미인, 물, 돌이 많다는 이유다. 바람과 물, 돌, 미인(여자)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향나무가 많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선착장 뒤편 산 능선에 뿌리 박고 있는 향나무를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울릉도는 오래전부터 향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자랐다고 한다. 거센 바람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강인하게 생명을 이어온 향나무의 수령은 자그마치 25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울릉도 향나무의 수령은 과학적인 측정으로 알아낸 나이라고 하니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나무가 싹을 틔운 것이 청동기 시대다. 향나무는 국가체계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묵묵히 바라본 역사 그 자체다.

볼거리 풍성한 행남해안산책로

울릉도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그중에서 첫손에 꼽히는 곳은 ‘해안산책로’다. 걸으면서 울릉도의 등뼈를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시작해 촛대바위가 있는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가 압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길이 잘 조성돼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산책로 중간 부분에 있는 교각이 부서져서 소라 계단까지만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동항과 해안산책로 길은 산책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이는 곳마다 펼쳐지는 길들이 절경이어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절벽과 바위가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고 파란색으로 반짝이는 물빛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환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길은 해안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다 천연동굴과 계단길 구름다리를 마주한다. 길에서 볼 수 있는 해안절벽은 화산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박물관 역할을 한다. 물결무늬가 이어지는 ‘이그넘브라이트’를 비롯해 납작한 모양의 ‘암맥’, 초코칩 쿠키를 닮은 ‘클링커’ 등 다양한 화산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해식동굴 사이로 햇살이 번지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도동 해안산책로와 저동 해안산책로를 합친 길이는 2.6㎞ 구간이다. 열심히 걸으면 2시간 안에 왕복할 수 있다. 도동항과 저동항 사이 중간 언덕에 행남등대가 있다. 등대 가는 길에서는 저동항과 저동항의 명물인 촛대바위를 내려다볼 수 있다. 촛대바위에는 바다로 나간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던 딸이 마침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보고 반가워 바다로 나갔고 결국 파도에 휩쓸려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따라 붙는다. 바다에는 북저바위가 외로이 서 있고 저 멀리 죽도와 관음도가 얼굴을 내민다. 그 사이로 고깃배가 길게 포말을 만들며 바다로 향한다.

울릉도의 또 다른 길은 울릉 둘레길이다. 울릉 둘레길은 울릉도의 속살로 향한다. 길을 가다 보면 원시림의 숲이 기다린다. 내수전에서 석포로 이어지는 코스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걷는 길이기도 하다. 둘레길을 걸으면 향나무와 동백나무 등이 호위하고 양치식물과 우산나물이 촘촘하게 땅을 감싸고 있다. 길을 가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 내수전일출전망대다. 해발 440m 정도는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지만 길이 다소 경사져 있어서 정상에 도착하면 헐떡이게 된다. 전망대에 서면 저동항구는 물론이고 죽도와 북저바위, 도동 등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도로 따라 펼쳐지는 비경들

울릉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다. 내수전∼섬목 간 구간이 바위로 막혀 있기 때문에 일주를 할 수는 없다. 오는 10월께 일주도로가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길이 막혀 있어 경관을 보다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매력적인 풍경이 연속적으로 나타나서 지루할 틈이 없다. 해안도로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통구미’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산 때문에 골짜기가 홈통 같다고 해서 통구미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이 붙었다. 통구미 해안에는 거북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오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바위는 빼어난 모양새와 더불어 화산 폭발로 생겨난 다양한 결과물을 관찰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주변은 천혜의 낚시터이자 해양레포츠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통구미 해안을 지나서 통구미, 남통, 남양 세 개의 터널을 지나면 투구봉이 있다. 우산국 우해왕의 투구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독특한 모양의 바위 봉우리다. 울릉도에는 항구 마을마다 상징하는 바위가 하나씩 있다. 남양항 방파제의 사자바위, 남양터널 앞 얼굴바위, 남서리의 곰 바위와 영지버섯을 닮은 버섯바위…. 이런 바위들이 해안도로의 굽이를 돌 때마다 불쑥 나타나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게 한다.

바람을 기다리는 구덩이 대풍감

통구미 마을을 지나면 학포가 나타난다. 해안절벽에 집이 하나 절묘하게 놓여 있는데 이 일대가 최근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인 ‘불타는 청춘’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학포해안은 몽돌이 깔린 몽돌해안으로 유명하다.

학포항을 지나면 바로 태하항이 보인다. 바로 뻗어나온 바위산인 ‘대풍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울릉도 개척령이 반포되기 이전 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목재가 풍부한 이곳 울릉도를 찾았다고 한다. 완성한 새 배를 본토로 가져가기 위해 돛을 높이 달고 육지로 바람이 불 때까지 바위 구멍에 닻줄을 메어 놓고 기다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대풍감(待風坎)’이다. 울릉도는 예전부터 배를 만들기 좋은 나무가 많아서 울릉도에 와서 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주도로가 끝나는 길에 기둥처럼 솟은 바위 3개가 나타난다. 삼선암이다. 코끼리바위, 관음도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하나로 이곳이 으뜸인 제1경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세 바위는 원래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던 선녀였다. 목욕하러 내려간 선녀가 걱정된 옥황상제가 용감한 장수와 날쌘 용을 내려보냈는데 막내 선녀가 그만 장수와 눈이 맞아 정을 통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안 옥황상제가 크게 노해 세 선녀를 모두 돌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일주도로 끝에는 구름다리가 놓인 관음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관음도로 가는 길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펼쳐진다.


독도에서 느끼는 가슴 뭉클한 감동

내친김에 도동항에서 배를 타고 독도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해의 최동단에 있는 독도는 날이 험할 때가 많고 접안시설이 열악해서 독도로 향하는 배를 타고 와도 상륙을 못하고 주변만 돌다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행히 독도로 향한 날은 바다가 청명했다.


동도와 서도 역시 독도를 방문한다면 꼭 둘러봐야 하는 장소다. 먼저 동도는 동해의 쪽빛 바다와 하얀 파도에 씻겨 만들어진 곳으로 독도 경비초소, 헬기장, 등대 등의 시설물이 있다. 동도보다 크지만 경사가 가파른 하나의 봉우리로 형성된 서도는 수많은 괭이갈매기와 함께 사람의 흔적이 묻지 않은 태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도와 서도 외 89개의 바위로 이뤄진 돌섬으로 갈매기, 바다제비 등 바닷새의 천국이자 아름다운 야생화와 나무들이 푸름을 더한 아름다운 곳이다.

독도는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1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밖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입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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