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처드 3세'...유혹과 소통의 캐릭터로 재탄생하다

입력 2018-06-18 17:20   수정 2018-06-18 17:23



(김희경 문화부 기자) 처절할 정도로 어둡고 침울한 절대악의 화신 리처드 3세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끝없이 욕망하기에 더 매혹적이고, 더 친근한 캐릭터가 있었을 뿐이죠.

유럽 연극계 거장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의 손에서 ‘리처드 3세’는 유혹과 소통의 캐릭터로 재탄생했습니다. 지난 14~1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리처드 3세’ 얘기입니다. 독일 출신의 오스터마이어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기로 유명한데요. 3년만에 내한,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샤우뷔네베를린 극장의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등이 굽고 발을 절며, 자신의 형제와 친인척 등을 무차별하게 살인하는 리처드 3세(배우 라르스 아이딩어)는 이 작품에서 매우 감각적으로 해석됐습니다. 원하는 목적을 위해 상대를 유혹하는 데 능숙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웃음을 유발하며 관객들까지 매혹시켰죠. 관객들의 반응도 유심히 살피며 즉각적인 호응을 해주는 등 소통에도 열린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를 통해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느낌을 줬습니다. 폐쇄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에 큰 반전을 줌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것이죠.

동시에 리처드 3세는 자신의 욕망을 한편의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해내는 한명의 설계자 같은 느낌도 줬습니다. 무대 중간엔 마이크가 달린 긴줄이 있고 리처드 3세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욕망을 드러낼 때마다 이 마이크를 사용했는데요.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온 그의 생각대로 극이 진행되면서 거대한 설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오스터마이어 연출이 리처드 3세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고 이 판을 짜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무대도 파격적이었습니다. 고풍스런 왕실이 아닌 무채색의 배경에 이층 구조의 철조물이 놓여있을 뿐이었습니다. 철저히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자유로웠습니다. 극이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나와 파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은 물론 작품 내내 그들은 관객들 사이를 마음껏 오갔죠. 또 무대의 왼편에선 계속 드럼 연주자가 드럼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요. 리처드 3세가 직접 랩을 하듯 비트를 맞춰 마치 록 공연장에 온 기분도 들었습니다.

극의 마지막엔 리처드 3세가 긴줄에 부착된 카메라도 켰는데요. 이를 통해 불안에 떠는 자신의 모습과 죽은 사람들의 환영을 가깝게 비추며 극은 절정으로 치닫았습니다.

다만 극의 전반에 걸쳐 갈등이 확장되다가 마지막에 리처드 3세의 자살로 급하게 마무리 되는 느낌이 강해 아쉬웠습니다. 자살에 다다르기까지 리처드 3세의 공포를 보다 정교하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끝) /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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