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회적 낙인에 맞서려면 스스로 존엄성 지켜내야

입력 2018-06-21 18:37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윤정현 기자 ] “키가 아주 작거나 얼굴에 커다란 반점이 있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 태어난 것이 추하고 존엄하지 않고 하찮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책임을 부담한다. 나에 대한 그런 손가락질의 원인은 세상의 잘못된 평가와 위계적 질서지만 그에 맞서 내 존재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선언할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병원과 집만 오간 저자는 “이것이 ‘정체성을 수용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취하는 실천적인 태도”라고 단언한다. 특수학교로 진학한 저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열 살 즈음에 걸을 수 없다는 것의 의미를 알았다. 당시의 자신을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러 나선 우주인 같은 다른 아이들 틈에서 우주선의 작은 구멍으로만 밖을 내다보는 아이’에 비유했다. 책은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지도 않고 스스로 감상에 젖지도 않는다.

다만 차분해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장애인의 실존이란 넘어지거나 뒤틀리고 용변을 참느라 고생하고 허리 통증이나 방광염에 시달리고 어색한 시선을 받고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는 일”이라거나 “모욕의 순간을 자주 경험해야 했던 사람은 그런 상황에 노련해질수록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일치하는 경험에서 멀어진다”는 서술이 그렇다.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현실을 설명한 부분이다.

“너희가 버스를 못 타는 게 너희의 잘못은 아니다”는 특수학교 선생님의 얘기처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저자도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긴 계단을 마주하면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나’ 하는 생각부터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계단이 휠체어를 붙잡고 있는 듯 느껴졌다. 사회복지나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이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장애는 며칠 아팠다가 낫는 감기가 아니다. 한없이 심각할 수 있는 얘기지만 간간이 섞여 있는 유머에서 도리어 여유가 느껴진다. 영화와 소설 속 상황들로 이해를 돕고 다양한 사회과학, 철학자들을 인용해 지적인 만족감도 더한다. 때로 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친절한 각주는 저자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장애나 질병뿐 아니라 가난이나 부족한 재능, 마음에 안 드는 외모 등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고민하고 태어나면서부터 ‘손해’라고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변론이다. (김원영 지음, 사계절, 323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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