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먹고 출근, 오후 5시30분 '칼퇴근'… "회의는 짧게" 알람도 등장

입력 2018-07-02 17:41  

'주 52시간제' 첫 출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달라진 기업 풍경

자율출퇴근제 도입 확산
의무적 집중 근무시간 정해놓고
직원이 출·퇴근시간 자유롭게 지정

카카오게임즈, 점심시간 늘리고
LG는 퇴근시간 30분 앞당겨
"이젠 팀장 눈치 안보고 집에 가죠"

시간 아끼려 구내식당 이용도
커피·흡연·회식은 자제하는 분위기



[ 장창민/노경목/이승우/이유정 기자 ]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첫날(영업일 기준)인 2일 오후 1시50분 경기 성남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 평소보다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 측이 이날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낮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였던 점심 시간을 오후 2시까지로 30분 늘린 덕분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엔 전 임직원이 쉬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새 게임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바쁜 시기에 일을 더 하는 방식으로 근무체계를 운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퇴근 시간이라기엔 이르지만 ‘칼퇴근’을 준비하는 직원과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34대의 퇴근버스로 붐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의 퇴근 시간이 기존 오후 6시에서 5시30분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퇴근버스 출발시간도 오후 7시에서 6시20분으로 바뀌었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집 근처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들을 직접 데려올 수 있게 됐다”며 “팀장도 퇴근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눈치보지 않고 빨리 사무실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깨지는 출퇴근 고정관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의 삶과 기업의 인력 운영방식이 확 바뀌기 시작했다. 출퇴근 풍경부터 변했다. 오전 8~9시에 출근해 오후 6~7시쯤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오전 9시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사무실엔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주요 기업들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유연근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의무적인 집중 근무시간을 정해 놓고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곳이 많아졌다.

야근이 잦았던 정보기술(IT) 및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를 비롯해 넷마블, 넥슨, 웹젠 등도 자율 출퇴근제를 기반으로 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네이버의 사내 인트라넷에는 이날부터 출퇴근 시간을 신고하는 버튼이 등장했다. 외근이 많은 제약업체들은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현장 근무가 많은 제약업계 영업사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해서다. 증권사들도 PC오프제 및 특정 요일 조기퇴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제도 시행에 나섰다.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문을 열고 닫는 시간 자체를 조정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전 점포의 개점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출근 시간이 늦춰지면서 친한 동료들끼리 회사 근처에서 이른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먹고 나오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 직원의 퇴근 시간을 오후 8시에서 7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폐점시간(평일 오후 8시)까지 한 시간 동안은 팀장을 포함해 당직 직원들이 교대로 근무한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근무하는 김다혜 대리는 “퇴근 뒤 필라테스 강좌를 듣기로 했다”고 했다.

일부 기업 임원들의 출근 방식도 바뀌었다. 운전기사를 두고도 아침 출근 시간에 직접 차를 몰고 오는 사례가 생겼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부사장급 임원은 “운전기사의 오전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침 출근 시간엔 직접 차를 몰고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 내 합숙교육 줄어들 듯

직장 내 회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한 갖가지 묘책이 나오면서다. 충남 천안에 사업장을 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나치게 길어지는 회의를 막기 위한 알람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후 3시에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기로 정하면 3시40분에 ‘띵똥, 회의시간이 40분을 넘겼습니다’라는 알람음과 메시지가 나온다. 정해진 시간을 넘겨 회의를 하려면 회의 주최자가 사유서를 써내야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알람 덕분에 효율적으로 회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구내 식당을 찾는 직장인도 늘어났다.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점심을 때우려는 직장인이 많아져서다. 회사 안팎의 카페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 대신 커피를 받아들고 바로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옥 밖 흡연을 위한 공간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적지 않은 회사가 흡연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의식한 듯 오랫동안 수다를 떠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퇴근 뒤 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부서장은 “회식 자체가 근로시간이 아닌 데다 일찍 퇴근하는 직원이 많아져 참석을 강요하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기업들의 직원 교육 시스템도 변화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직무 및 어학 등과 관련해 실시하던 직원 합숙교육을 대부분 출퇴근 방식으로 전환했다. 합숙 자체가 근로시간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내부 검토에 따른 결과다.

장창민/노경목/이승우/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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