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제2의 월급' 특활비… 상임위·특위 위원장 되면 월 600만원씩 더 받아

입력 2018-07-05 15:24   수정 2018-07-05 15:28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 공개 기자 브리핑'을 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8.7.5
국회사무처가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를 실제 활동과 상관없이 의원들에게 ‘제2의 월급’처럼 매달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그밖에 이에 따르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등에 특활비를 사용하도록 한 법의 취지와 어긋난다.

참여연대는 2015년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최근 제출받은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세부 지출내역을 5일 공개했다. 제출받은 지출결의서 1296건을 종합하면 △2011년 87억원 △2012년 76억원 △2013년 77억원 등으로 3년간 지출된 국회 특활비만 총 240억원에 달했다.

지출결의서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과 상관없이 매월 6000만원을 받았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매월 600만원씩 타간 것으로 파악됐다. 교섭단체에는 ‘정책지원비’, ‘단체활동비’, ‘회기별 단체활동비’ 등 3개 항목으로 매달 특활비가 지급됐고, 회기별로도 일정 액수가 추가로 나왔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는 특활비를 매달 1000만원씩 추가 지급 받아 간사에게 100만원, 위원들에게 50만원, 수석전문위원에게 150만원씩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상임위들은 상임위원장에게만 특활비가 지급됐지만 법사위는 ‘상왕 상임위’로서 특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참여연대는 “소관 법률사항 외에 법률 및 규칙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는 이른바 국회 내 상원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며 “법사위에만 1000만원이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는 이 같은 특별한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도 매달 600만원씩 위원장 이름으로 수령해 갔다. 예결특위는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리고, 의원들에 징계를 내리는 윤리특위는 드물게 열리는데도 매월 돈을 지급받은 것이다. 또 예결특위는 정기적으로 나오는 특수활동비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78차례에 걸쳐 한 번에 최대 5000만원을 수석전문위원이 받아갔으며 윤리특위는 정기국회마다 대책비로 300만원, 위원회 활동지원비로 700만원을 수석전문위원에게 지급했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특활비는 국가 기밀이나 비밀을 요하는 업무에 한해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월급성으로 매달 따박따박 지급된 경비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특활비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에 주는 시상금으로도 쓰였다. 이와 관련해 매년 5억여원의 특수활동비가 책정됐고, 최우수·우수 연구단체에 주는 시상금 뿐만 아니라 국회에 등록된 연구단체에 특활비 일부를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 소장은 “의원들의 연구활동을 대체 왜 기밀유지 사항으로 여겨 특활비를 지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국회의장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수천만원의 특활비가 지출된 사실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출결의서에 따르면 박희태 전 의장은 5회에 걸쳐 28만9000달러를, 강창희 전 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000달러를 사용했다. 서 소장은 “의식주 및 교통비 등 해외 순방 시에 필요한 경비는 별도로 예산이 책정됨에도 불구하고 순방 때마다 국회 특활비에서 5만∼6만 달러를 지급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외 공관에 나눠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또 수령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3년간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지급된 곳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2011년 18억원 △2012년 20억원 △2013년 21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전체 특활비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누가 이 계좌에서 돈을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인출해 갔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참여연대 측 설명이다.

이번 국회 특활비는 참여연대가 3여년간 소송을 진행한 끝에 공개됐다. 참여연대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특활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토로한 2015년 5월 국회사무처에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 신청을 했다. 국회사무처가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대법원으로부터 특활비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참여연대 측은 2014년부터 2018년 4월까지의 지출(집행)내역 정보공개도 청구했지만 국회사무처가 공개를 거부한 상태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사무처의 거부로 또 다시 행정절차나 정보공개거부 취소 소송에 나서게 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회사무처 뿐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들에 대해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기분”이라며 “참여연대는 국회 뿐만 아니라 다른 중앙행정기관들에도 특활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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