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맥주는 더 싸게 마시고… 1000원짜리 수입 맥주는 '퇴출'

입력 2018-07-10 17:34  

102년 만에 '맥주 과세체계 개편' 눈앞

맥주 세제 개편 공청회
빠르면 연내 종가세→종량세
리터당 840~850원 적용 유력
고용창출 등 경제효과 큰
맥주 산업 키우는데 역점

원가 비싼 맥주, 세금 낮아지고
싸게 들여오던 일부 수입제품 '타격'
"국산 맥주 품질 더 높아질 것"



[ 김보라 기자 ]
맥주 과세 체계가 바뀐다. 일본이 1916년 자금 수탈을 위해 주세령을 내린 지 102년 만이다. 상대적으로 수입맥주에 세금 혜택을 줘 국산맥주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사상 처음 2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입맥주의 공세에 한국이 더 이상 맥주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조세당국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은 “주류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맥주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개선하려면 맥주 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고 과세표준을 통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맥주 세제개편안이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부터 맥주 과세 체계가 바뀔 전망이다.

맥주가 술 세수의 50% 차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16.7%다. 5년 전 점유율이 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수입맥주의 공격적 시장 확대 뒤에는 세금 혜택이 있다.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주세는 같다. 주세 72%, 부가가치세와 교육세 30%가 붙는다. 하지만 과세표준이 다르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 과세표준이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다. 수입업자가 신고한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다 보니 낮은 가격을 신고할수록 세금을 덜 내고, 이익은 더 낼 수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 중 순이익률이 23.9%인 데 비해 하이네켄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50.8%다. 게다가 올해부터 미국산과 유럽산 맥주에 부과되는 관세가 사라지면서 이들 국가에서 수입한 맥주의 과세표준은 평균 507원에서 390원으로 떨어졌다.


맥주 회사로선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할 유인이 사라졌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판매하는 게 더 큰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맥주 3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95%에서 지난해 82.5%로 떨어졌다. 이 기간 수입맥주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높아졌다.

‘맥주 수입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퍼지며 대형마트, 편의점, 위스키 회사들도 맥주 수입에 나섰다. 기존 회사도 수입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주류는 올 들어 밀러, 블루문, 쿠어스 라이트 등을 공식 수입하기 시작했다. 기린 등을 수입해온 하이트진로도 수입 브랜드를 대폭 늘려 2016년 470억원이던 수입맥주 판매액을 지난해 850억원까지 늘렸다.

정부 “맥주공장 엑소더스 막겠다”

정부가 맥주에 한해 종량세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맥주의 경제 유발 효과 때문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기업 맥주 3사의 맥주 생산 관련 직접고용 인원은 5000~6000여 명. 포장재 제조사와 운송업체 등 하도급업체 약 2000개를 포함하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청년들의 창업 인기 아이템이기도 하다. 2013년 55개였던 수제맥주 양조 면허는 올 들어 120개까지 늘었다.

조세당국을 움직인 결정적 계기는 오비맥주의 카스 역수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6월 카스의 러시아월드컵 패키지 중 740mL 캔을 미국에서 생산해 역수입한 뒤 기존보다 12% 싼 가격에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맥주 공장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산업은 고용 창출 외에도 수조원대의 부가가치를 낸다”며 “주세법 개정은 수입맥주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맥주 종량세는 L당 840~850원으로 일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세금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거둬들인 전체 주세의 57%를 차지했다. 지난해 맥주 세수는 1조6356억원으로 전체 주세(3조2754억원)의 절반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증세 개념이 아니라 현행 세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맥주 소비의 질 높아질 것”

업계는 손익을 따지느라 바빠졌다. 고급 맥주를 수입해온 회사들은 종량세 전환이 오히려 과당경쟁을 막고 소비의 질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싸구려 수입맥주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국산맥주의 품질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질 좋은 재료로 만든 신선한 국산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가 더 많아지고 동시에 더 싸게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맥주 소비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비스, 아사히, 기네스 등 수입 가격 자체가 비싸 높은 세금을 내던 고급 맥주는 L당 과세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지금보다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반대로 한 캔당 1000~1200원으로 헐값에 팔던 일부 브랜드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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