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강자로 우뚝 선 3년차 바이오벤처…"연내 기술수출 서너건 더 성사될 것"

입력 2018-07-22 10:45   수정 2018-11-09 10:13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연내 코스닥 상장 추진



바이오벤처 ABL바이오는 올해 코스닥 상장 최대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5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설립 3년차 바이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치고는 만만찮은 몸값이다. 최근 항암 신약물질을 기술 수출해 주목받기도 했다.

신약 개발에 족히 10년이 걸리는데도 이 회사가 사업 초기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비결은 뭘까.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파스퇴르연구소 2층 본사에서 만난 창업자 이상훈 대표(55)는 “뒷북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과학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하고 싶은 연구’, ‘연구를 위한 연구’는 철저히 배격하고 오로지 상업적 가치가 있는 연구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이런 경영 원칙은 조직 구성원들까지 바꿔놨다. 그는 “연구원들이 평소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적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주목받는 이중항체 ‘샛별’

ABL바이오는 이중항체 분야의 국내 대표주자다. 이중항체 기반 항암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 지난해 8월 삼성서울병원에서 고형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이중항체 신약 임상이다. 암세포의 신생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 성장인자(VEGF)와 신생혈관 형성 과정에서의 신호전달물질 ‘DLL4’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임상 1a상이 종료될 예정”이라며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다국적제약사 온코메드, 애브비 등에 비해 개발 단계는 뒤졌지만 항암효과는 더 뛰어나다”고 했다. 온코메드와 애브비는 대장암과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지만 ABL바이오는 위암 치료제로 개발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이중항체는 항암제 개발 등에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항체가 두 개의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는 것으로, 단일 항체보다 효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중항체 기반 의약품은 아직 많지 않다. 다국적제약사 암젠이 2014년 이중항체 약물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백혈병치료제 ‘블린사이토’ 등 3~4개만 시중에 나와있다. 낮은 생산수율 등으로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술적 한계가 하나씩 해결되면서 이중항체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다”고 했다.

이중항체 기술 선점 경쟁도 뜨겁다. 제넨텍 바이오젠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로슈는 바이오벤처 마크로제닉스로부터 이중항체 기술을 3억8000만달러(약 425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서는 ABL바이오를 비롯해 한미약품 종근당 파멥신 등이 도전장을 냈다.

절박함이 가져다준 창업 기회

이 대표의 경력은 다채롭다. 다국적제약사와 벤처기업, 대기업 등에서 연구개발(R&D) 업무와 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서울대 생명공학교육학과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5년간 박사후과정을 거치면서 바이오 연구 경력을 쌓았다.

이후 카이론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엑셀레시스 등 다국적 제약·바이오회사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2009년에는 바이오벤처 파멥신을 공동 창업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하지만 5년만에 결별하고 한화케미칼로 옮겼다.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사업을 총괄하던 이 대표는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었다. 한화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키우던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입사 1년만에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선장에서 사업 청산 관리자로 역할이 바뀌었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공장을 팔고 장비를 처분했다. 이 대표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이후 회사 경영에 밑거름이 됐다”며 “당초 계획보다 8개월을 앞당겨 사업 정리를 순조롭게 마무리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6년 3월 에이비엘바이오를 세웠다. 한화케미칼의 바이오 사업 정리 절차가 끝나면 뭘할까 고민하던 그는 한화케미칼 대전연구소에 근무하던 바이오사업부 연구원 14명과 “세계적 바이오기업을 한국서 한번 일궈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국내외 제약사들 잇딴 ‘러브콜’

ABL바이오는 지난 3월 면역 항암 기전의 이중항체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 2종을 동아에스티에 넘겼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암세포에도 작용하는 후보물질이다. 현재 또다른 국내 대형 제약사와도 이중항체 기반의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2종에 대한 기술 이전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과는 미국 임상을 목표로 두 건의 면역항암제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이중항체 기술은 일종의 플랫폼 기술”이라며 “신규 타겟 항체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파이프라인을 무궁무진하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벤처기업과의 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레고켐바이오와 손잡고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항체와 약물을 접합하는 ADC에 이중항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항체에 약을 연결하는 링커기술이 뛰어난 레고켐바이오와 협업해 1년반 넘게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며 “각각 예비 독성검사 단계와 초기단계에 있는 2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라고 했다.

ABL바이오는 뇌질환 치료에 활용할 이중항체도 개발하고 있다. 한쪽에는 혈내장벽(BBB)에서 영양분을 주고받는 신호에 작용하는 항체를, 다른쪽에는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시뉴클린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가진 이중항체다. 뇌질환은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혈내장벽을 뚫고 약물을 전달하는 게 관건이다. 그는 “최근 동물실험을 마쳤는데 기존 단독 항체를 쓸 때보다 약물전달이 4.5~6배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중항체 기반의 파키슨병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시뉴클린 항체를 만들어 동물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혈내장벽 프로젝트가 회사의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도 냈다. 이달 초 미국 바이오기업 테라퓨틱스와 항암 신약물질 5종을 총 5억5000만달러(약 6160억원)에 기술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초기 계약금은 430만달러이며 임상 단계마다 마일스톤을 받는다. 올들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가운데 최대 성과다.



“이중항체 최고 기업 되겠다”

ABL바이오는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99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 첫해 250억원이던 기업가치는 3년새 20배로 껑충 뛰었다. 이 대표는 빠른 성장 배경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우수 인력이다. 창업멤버 14명 외에도 한화케미칼에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이 덕분에 개발뿐 아니라 세포주 배양 등 공정 기술력까지 갖추게 됐다. 전체 임직원 43명 중 39명이 연구직이고 이 중 박사급만 13명이다.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의 우수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벤처기업답지 않게 사업 전반에 걸쳐 균형을 갖추게 됐다”며 “최근에는 해외에 근무하던 인재들까지 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창업 타이밍이다.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병용요법에 활용할 이중항체 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던 시기여서 창업 초기부터 주목 받았다.

셋째는 조직문화다. 수평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췄다. 크고 작은 다양한 의사결정이 대표이사의 독단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격주 단위로 열리는 차장, 부장급으로 구성된 8명의 팀리더 회의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체다. 이 대표는 “각 팀이나 직원이 낸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이 그대로 반영되는 일이 많다보니 직원들이 강한 동기부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ABL바이오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심사를 신청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최고 이중항체 전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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