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 서울 상가점포 매물 30% 급증

입력 2018-07-22 17:41   수정 2018-07-24 16:52

핵심상권도 비어간다

손님 줄고 인건비 오르고…자영업자 '폐업 사태'

서울 창업보다 폐업이 많아
강남 공실률 8%대→9.1%
홍대·합정 7.4%→12.5%
종로는 11%→20% '껑충'

경리단길·샤로수길 권리금
1.5억→8000만원 '반토막'

명동 임대료 20% 내려도
한 달째 "임차인 구함"



[ 최진석/민경진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13년간 프랜차이즈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점포를 운영해오던 A씨는 한 달 전 폐업했다.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A씨는 “60㎡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가 1500만원인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부담까지 늘었다”며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단기간에 돌아올 기미가 없어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에서 A씨처럼 장사를 접으려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권리금 2억~3억원이 붙었던 강남역 일대 상가들이 최근 권리금 없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사 접는 자영업자

상권이 위축되면서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570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571만6000명) 대비 0.3% 감소했다.

소상공인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폐업률이 창업률을 넘어섰다. 서울지역 창업률은 2.4%에 그쳤지만 폐업률은 4.3%에 달했다. 점포 100개 중 4.3개가 문을 닫고 2.4개가 새로 창업했다는 의미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제활동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면 서민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를 접으려는 자영업자가 많아 폐업률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서초동 삼성사옥 인근 강남빌딩 지하 1층 아케이드에서 66㎡ 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D씨는 “11개 점포 중 4개가 이미 폐업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구할 여력도 없고 손님도 줄고 있어 오는 10월 폐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공실률

자영업자가 떠나자 건물주들이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건물을 놀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실 증가 현상은 동네 상권뿐 아니라 주요 광역상권, 신흥 골목상권, 직장인 수요가 두터운 오피스상권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8%대였던 강남지역 공실률은 올해 1분기 9.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도산대로 공실률은 6.7%에서 7.5%로 높아졌다. 신사역 주변 공실률은 4.9%에서 7.0%로 급증했다. 종로 공실률은 같은 기간 11.0%에서 20.1%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명동의 공실률도 9.9%로 10%에 육박했다. 지난해 2분기 8.2%를 기록한 뒤 매분기 상승하고 있다. 대학생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홍대·합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4분기 7.4%였던 공실률이 올해 1분기에는 12.5%로 훌쩍 뛰었다.

김종률 김종률아카데미 원장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외환위기 때보다 장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식어버린 창업 열기로 인해 임차수요가 줄면서 임대료를 조정해도 빈 점포를 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리금·임대료 급락

기존 임차인들이 대거 장사를 포기함에 따라 상가 점포 임대차 매물도 급증했다. 상가중개 전문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상가 점포 매물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강남구 매물 증가율은 56% 수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뒤를 이어 장사할 임차인이 쉽게 나타나지 않자 임대료와 권리금이 떨어지고 있다. 골목 상권에선 최근 2~3년 새 권리금이 반토막 난 상가가 많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경리단길과 관악구 봉천동 샤로수길의 평균 상가 권리금(100㎡ 점포 기준)은 7000만~8000만원에 그쳤다. 2014~2015년 1억4000만~1억5000만원 수준에서 권리금이 형성됐던 곳이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권분석사는 “상권 조성 초기에 낀 거품이 걷히면서 권리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상권을 호전시킬 재료가 보이지 않아 올 하반기에도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공실률이 늘어나고 장기화하면 이를 버텨내지 못하는 건물주, 상가 소유주들로 인해 상가 매매가격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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