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14만부 돌풍… "비인기 북한 관련書 시장서 틈새 노렸죠"

입력 2018-07-25 17:32  

출판계 미다스의 손 (3) 안병훈 기파랑 대표


[ 윤정현 기자 ] “진행하셔도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한 지 이틀 뒤인 지난 4월29일, 출판사 기파랑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사진)는 책 제작을 서둘렀다. 두 달 전 이미 탈고한 원고였다. 그로부터 15일 뒤 출간된 책은 2개월여 만에 14만 부 넘게 팔려나갔다.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다.

태 전 공사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자문위원으로 있어 국정원이 허락해야 출판이 가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국정원에서는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다.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인 태 전 공사가 망명 후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는 책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안 대표는 ‘이러다 책을 아예 못 내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난 뒤 마침내 ‘승인’이 떨어졌다.

통일나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대표가 태 전 공사에게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그는 “강연은 100~200명을 상대하는 것이지만 책은 한 번에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태 전 공사가 바라는 통일운동의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태 전 공사는 집필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 써온 글은 외교문서처럼 딱딱하고 독해가 어려웠다. 글쓰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해 수시로 만나게 했고, 원고는 진도가 나갈 때마다 수정해 돌려줬다. 안 대표는 “태 전 공사는 머리가 좋아 몇 번의 수정 작업을 하니 어떤 문체를 쓰고 어떤 식으로 서술해 나가야 할지를 금방 익혔다”며 “일부에서는 책의 성공을 두고 ‘운이 좋았다’ ‘때가 잘 맞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글의 완성도가 높고 흡인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5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다섯 번 넘게 반복해 읽었다. ‘평양의 심장부’와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두고 제목을 고민했고, 태 전 공사의 얼굴 정면을 확대한 표지 시안도 20건 넘게 검토했다. 안 대표는 “책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얘기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책의 존재감과 생명력, 글의 힘과 영향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 이전에 다른 출판사가 태 전 공사에게 책을 내자고 제안한 곳은 없었다. 북한 관련 책은 한국에서는 ‘안 팔리는 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달랐다. 출간 후 3일째 되던 날 2쇄를 결정했고 열흘 만에 5만 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편집국장, 대표이사까지 지낸 안 대표는 2005년 출판사업에 뛰어든 뒤 연간 30여 권의 책을 꾸준히 내왔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14년 기파랑 출판 역사에서도 베스트셀러다. 안 대표는 《3층 서기실의 암호》 해외 출판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문예춘추와는 계약까지 마무리했고, 대만 출판사와도 조율 중이다. 영미권에서의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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