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다발성 종양이 생긴 이집트 외과의사가 한국에서 복강경 수술로 암을 제거하고 건강을 회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집트 외과의사인 샤난 모하메드씨(30)가 한국을 찾아 김기훈 교수에게 복강경 간암 수술을 받고 무사히 회복해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30일 발표했다.
모하메드씨는 이집트 사람의 80%가 앓고 있는 지방간 소견이 있어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6㎝ 종양 등 5개의 다발성 간세포암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큰 종양을 제거하려면 배를 여는 개복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걱정됐다. 취미로 보디빌딩을 하고 있던 모하메드씨는 개복수술을 받으면 배에 60㎝ 이상 큰 흉터가 남을 것도 걱정됐다.
흉터가 적은 복강경 수술을 받고 싶었지만 이집트에는 복강경 수술 장비도, 수술할 의사도 없었다. 이집트 동료의사와 함께 복강경 수술할 수 있는 세계 병원을 찾던 그는 지난해 외과학회지에 실린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논문을 찾았다. 김 교수팀이 세계에서 복강경 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했다.
환자 진료 기록과 검사 영상을 검토한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판단, 모하메드씨를 한국에 입국하도록 했다. 수술 전 정밀검사를 받은 그는 지난 4일 김 교수에게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다발성 간세포암을 제거했다. 일주일 만에 퇴원한 그는 이달 말 이집트로 돌아갔다.
모하메드씨는 "한국에 치료를 받으러 오면서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문화가 걱정됐지만 병원에서 무슬림 환자를 위해 준비해준 할랄음식으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기도실도 있어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본인의 의학적 상태를 잘 아는 환자였기 때문에 수술 방법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금방 형성됐다"며 "종양의 개수가 많은 다발성 간세포암이고 종양의 위치가 어려운 곳에 있어 수술 시간이 평소보다 길었음에도 복강경으로 절제해 환자 회복이 빨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90여개 나라,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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