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김기덕·조재현 행각 폭로…미투열풍 가라앉자 재일교포 여배우 등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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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8-08 12:02   수정 2018-08-08 12:32

'PD수첩' 김기덕·조재현 행각 폭로…미투열풍 가라앉자 재일교포 여배우 등 고소

"그 친구가 제일 걱정하는 건, 부모님이 알게 되실까봐... 부모님한테 못 알리고 혼자 겪으니 더 힘든 거고. 이걸 알면 부모님이 자기보다 더 힘들어할 거라고. 아빠도 가만히 안 계실 거고. 가족들이 다 무너질 것 같대요. 그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 한 여배우 지인 인터뷰 중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 관련 추가폭로가 MBC 'PD수첩'을 통해 다시금 전파를 탔다.

7일 방송된 PD수첩은 '거장의 민낯, 그 후'를 통해 김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복수의 현장 스태프와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서 분장스태프 A 씨는 "휴식시간에 김 감독이 불러 달려갔더니 다짜고짜 '나랑 자자'고 했다"면서 "김 감독이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 현장에 갈 때는 각오를 하고 가든, 아니면 거지같이 하고 가든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자 스태프끼리 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여배우 B씨는 "택시 기다리려고 벤치에 앉아있는데 김 감독이 반바지에 손을 넣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스태프 C씨는 자신이 참여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의 성추행으로 신인 여배우가 잠적한 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C씨는 "(김 감독이) 스커트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배를 주무르고 긴장을 풀라고 가슴 부위를 주무르는가 하면 자신을 남자친구처럼 생각하라며 강제키스까지 했다"며 "여배우가 잠적하자 잡아오라며 주소를 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PD수첩의 보도에 김 감독은 어떤 입장을 전했을까.

제작진은 김 감독에게 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면서 "무엇을 방송하든 생각대로 의도대로 하면 되고, 그 방송 또한 제가 아는 사실과 다르면 소송을 추가로 해서 법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김 감독의 답장을 공개했다.

PD수첩은 배우 조재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재일교포 여배우 D씨와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반인 E씨의 주장도 추가로 보도했다.

재일교포 여배우 D는 방송에서 "(조재현이) 연기를 가르쳐준다며 화장실로 밀어 넣더니 문을 잠그고 강제로 키스했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직원이었다는 일반인 E씨는 10년 전 드라마 쫑파티에 참석했다가 처음 만난 조재현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E씨는 "조재현 씨와 인사를 나눌 때 '반갑습니다. 팬이에요' 등의 일상적인 대화만 잠깐 나눴다. 20여분 정도 후 핸드폰을 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 때 순식간에 조재현이 따라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E씨는 "여자화장실 둘째 칸에 들어갔는데 조재현 씨가 따라 들어와 '조용해 다쳐. 밖에 아무도 몰라'라고 말했다"며 "그 분은 이미 바지를 벗은 게 느껴졌다. 떨어지면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려고 하는 것이 심할 것 같았다. 더 큰 일을 막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E씨 주장에 따르면 조재현은 화장실에 따라와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성폭력을 저질렀고 5분이 넘는 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땀범벅이 된 끝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E씨는 "한동안 문을 다 잠그지 않으면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방광염을 1년 넘게 달고 살았다. 그 공간이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강압적으로 나를 밀고 들어갔을 때 내가 무책임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제일 괴로운 건 그 사람 목소리에요.
귓가에 그 사람 목소리. 체취. 그 느낌.
그게 너무 소름 끼치는 거죠.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으니까."

- 일반인 E씨 인터뷰 중



E씨는 "이후 더 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내가 좀 더 빨리 폭로했으면 그들이 고통받지 않았을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고 죄책감까지 호소했다.

PD수첩은 지난 3월 6일 ‘거장의 민낯’ 방송을 통해 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제작진은 수차례에 걸쳐, 반론을 권유하였으나 두 사람 모두 응하지 않은 채 방송이 나갔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기덕 감독은 방송에 출연했던 피해자들과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신원 노출의 불안, 장기간 소송의 압박, 보복의 두려움 등으로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게 됐다.

2018년 상반기를 관통했던 ‘미투’열풍은 그 열기가 가라앉자마자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사람들에 의해 무고와 명예훼손의 고소가 줄을 이었고, 피해자들은 2차 피해의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PD수첩은 ‘미투 현상의 새로운 단계’에 주목하고 그 문제점들을 취재했다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3월 첫 폭로 방송 이후 검찰 출두 당시 "22년 동안 23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런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무자비한 방송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조재현 역시 6월 "누구도 강간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내놨다.

김기덕 감독 측은 'PD 수첩'에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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