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에 새긴 여성의 삶… 소프트 페미니즘

입력 2018-08-21 17:22  

인기 조각가 송진화 씨 개인전


[ 김경갑 기자 ] 중견 조각가 송진화 씨(55)는 “아직 청년 작가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미술계 데뷔가 늦었다. 세종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수묵화로 전시회를 열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나이 마흔에 우연히 꼭두각시 인형을 보고 목조각을 시작했다. 여성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조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오지랖이 넓은 개인적 성격도 한몫했다. 옛 선비들이 살던 고택 마당이나 절간의 해우소, 도심 놀이터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나무토막을 주워다 일상의 불안과 서글픔을 강하게 드러낸 여성들의 얘기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품이 팔리며 그는 단번에 인기 조각가 반열에 올랐다.

송씨가 지난 18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시작한 개인전 ‘여기& 지금(Here and Now)’은 나무를 재료로 독자적인 팝아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열정을 내보이는 자리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전시장에는 과거에 힘겨워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마주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여성들의 몸짓을 조형화한 근작 27점이 나와 있다. 때로는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표정과 몸짓의 여성들이 무의식 속의 아픔과 상처를 다독이며 평범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깨진 소주병에 걸터앉거나, 식칼 위에 서커스하듯이 서 있던 여인들을 다룬 예전 작업에 비해 한결 차분해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는 작품의 병렬 배치에 머물지 않고 스토리텔링 느낌이 나도록 전시장을 한 편의 연극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내 작품을 통해 여성 관람객들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아내와 엄마 등의 역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참고 사는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았거든요.” 일상에서 쌓인 여성의 애환을 ‘씻김굿’처럼 털어내듯이 조각으로 승화했다는 얘기다.

그의 조각은 나무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 옹이를 살려 나무 고유의 자연적 특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이다. 나무로 조각된 여인상은 재료의 물성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자아내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나무에 새겨진 여성들은 대체로 코와 입이 없이 눈의 생김새와 눈빛, 시선만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드러낸다. 반면 최근작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비롯해 ‘오 예스!’ ‘우리의 날은 아름다웠다’ 등은 치아가 보이도록 활짝 웃는 입 모양과 눈매를 사실적으로 새겼다. 또한 손 모양을 섬세하게 표현해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묘기를 살려냈다.

송씨는 “손 부분을 조각할 때 유난히 공을 들이고 열정을 쏟는다”며 “얼굴 표정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있지만 무의식 속에 행동하는 손은 솔직함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모습과 꼭 닮은 존재를 친구나 자식처럼 함께 녹여내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예전의 섬뜩한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여인의 머리 색깔을 붉은색으로 칠하거나 굵직하게 파낸 ‘칼 맛’ 등이 ‘센 언니’ 포스처럼 여기저기 감춰져 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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