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합병과 결혼은 비슷하다"… 人文學으로 본 금융

입력 2018-08-23 17:41  

금융의 모험

미히르 데사이 지음 / 김홍식 옮김
부키 / 364쪽│1만8000원



[ 최종석 기자 ] 제인 오스틴이 1813년 출간한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영국의 결혼관과 사회상을 풍자한 소설이다. 여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은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와 동생은 ‘결혼 시장의 리스크’를 강조하며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몰아붙인다. 엘리자베스는 진정한 사랑인 다시의 청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에게 헌신하는 자세가 부족하고 자기집착이 지나쳐 보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성품을 충분히 조사하고 (리스크를 회피한 뒤 수익이 분명해졌을 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금융·세법 분야 석학인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융의 모험》에서 인문학의 눈으로 금융을 통찰한다. 수식과 그래프 없이 문학 철학 역사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금융 속 인간성을 재발견한다. 데사이 교수는 “금융을 사악한 것으로만 취급하는 태도는 생산적이지 못하다”며 “우리 삶의 이야기로 금융을 바라보면 위험과 수익을 동반하는 인생의 여정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대략 두 분야로 나뉜다. 앞부분은 자산 가격 결정에서 가장 밑바탕을 이루는 리스크에 대해 다룬다. 뒷부분은 금융의 복잡다단한 사정을 보여주는 기업 재무를 논한다.

저자는 리스크와 그 리스크를 떠안는 대가로 우리가 요구하는 수익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자산의 가치를 밝혀내고자 한다.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는 보험이야말로 우리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틀이라고 강조했다. 리스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보험은 이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이다. 퍼스는 삶의 근본 문제는 무질서와 혼돈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대처법을 묘사하기 위한 중심 비유가 보험이었다.

저자는 멜 브룩스 감독의 영화 ‘프로듀서’와 E M 포스터의 소설 《전망 좋은 방》을 통해 투자자와 소유 자산 사이의 관계에 저마다 나름의 동기가 있는 인간들이 끼어들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프로듀서의 주인공들은 뮤지컬 제작을 위해 투자받은 돈을 떼먹기 위해 일부러 망하려고 작정한 작품을 만든다. 그러나 작품은 뜻밖의 성공을 거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여기서 결국 강조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인 ‘주인-대리인 문제’다.

합병과 결혼이 비슷하다는 관점은 성공적인 합병과 결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0년대 타임워너와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합병과 재분할은 잘못된 결혼 사례와 비슷하다. 타임워너는 AOL을 한 번도 제대로 실사하지 않고 합병했다. 시간에 쫓기면서 충동적으로 일을 치렀다.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었으며 통합 비용은 과소평가됐다. 전통 미디어 그룹과 신생 인터넷 기업의 결합은 나이 차가 많은 연인들의 결혼처럼 융합되지 못하다가 파탄이 났다.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는 빚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의 ‘축하’ 시리즈는 달걀, 풍선 강아지, 밸런타인 하트와 같은 거대하고 강렬한 색감의 조각품으로 100명이 넘는 직원을 동원해 10년에 걸쳐 완성됐다. 쿤스는 완성되지도 않은 작품을 수집가들에게 팔고 자금을 마련했다. 고객들은 그의 작업 비용을 대느라 계속 투자했다. 큰 빚을 내서 수익을 창출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금융의 레버리지 효과와 같다. 그는 예술을 돈으로 바꾼 것이 아닌, 돈을 예술로 바꾼 미술가였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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