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름 단 ‘갤럭시워치’, 다 좋은데 ‘앱’이 없네

입력 2018-09-03 08:00   수정 2018-09-03 11:24

정장에 잘 어울리는 고급스런 디자인
최대 사흘 가는 배터리, 여유롭게 이틀 사용
‘카톡’도 아직 없는 부족한 앱 생태계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이 2년 만에 스마트워치 ‘기어S3’의 후속작을 내놨다. 브랜드 이름을 ‘기어’에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갤럭시’로 바꾸면서 스마트워치를 대중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과연 갤럭시 스마트폰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쓸 만한 제품일까. 기자가 일주일 동안 써본 감상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말하기엔 조금은 아쉽다’고 정리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합격



갤럭시워치는 기존 기어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원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과 기어 시리즈만의 독특한 ‘회전형 베젤’을 탑재했다. 베젤을 돌리면 스마트워치를 조작할 수 있다. 시계 우측에는 뒤로가기 버튼과 홈 버튼이 있다.

디자인은 금속 소재를 채택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캐주얼한 의상보다 클래식한 정장에 더 어울린다. 색상도 실버, 미드나잇 블랙, 로즈골드 등 튀지 않으면서 고급스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색을 선택했다. 다만 기본 제공되는 실리콘 시계 줄이 두꺼워 착용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시계 줄로 교체할 수 있으니 취향에 맞춰 바꾸면 된다.



시계 줄에 따라 크기가 두 종류로 나뉜다. 시계 줄 42mm 모델은 화면 크기가 1.2인치, 46mm 모델은 1.3인치다. 무게는 각각 49g, 63g 이다. 기자가 사용한 46mm 모델은 시계 본체가 일반적인 남성의 손목을 거의 가릴 정도로 크다. 금속 재질의 시계라 손목에 착용했을 때 무게감도 살짝 느껴진다. 가볍게 쓰길 원한다면 42mm 모델을 추천한다.

오래 가는 배터리
기자가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은 배터리 지속시간. 삼성전자가 한 번 충전해 사흘 넘게 쓸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사흘, 그러니까 72시간을 꽉 채우진 못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이틀하고 한나절을 버틴다. 블루투스 전용 모델로 시계 항상 표시 기능을 끄고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하는 등 간단한 작업만 했을 때 얘기다. 삼성전자가 공언한 80시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기존 제품들과 대비해 사용시간이 꽤 개선됐다. 시계 항상 표시 기능을 켠 상태에서는 이틀을 버텼다.

물론 사용 환경에 따라 배터리 지속시간은 크게 달라진다. 운동 코치 기능이나 내비게이션을 자주 쓴다면 거의 매일 충전해야 한다. LTE 통신이 가능한 모델을 스마트폰 없이 단독으로 쓸 때는 지속시간이 더 짧을 수 있다.

한 가지 사소한 불만사항은 무선충전 독(dock)이 최신형 USB C타입 단자가 아닌 구형 마이크로 5핀 단자를 쓴다는 점이다. 충전 독을 들고 다닌다면 구형 USB 케이블을 같이 소지해야해 번거로울 수 있다. 이젠 주변 기기들도 최신 규격으로 통일해도 되지 않을까.

손목 위의 건강관리사
갤럭시워치는 다른 스마트워치들처럼 건강관리를 주력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부터 암컬, 스쿼트 같은 무산소 운동도 기록할 수 있다. 따로 삼성 헬스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달리기, 걷기 등은 자동으로 기록해준다. 강력해진 방수기능 덕에 수영도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삼성 헬스 앱과 함께 쓰면 더욱 자세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가장 만족한 부분은 역시 수면 기록 관리.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난 만큼 손목에 채운 상태에서 자도 아침에 배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상생활 속의 움직임을 기록해 소모 칼로리를 측정하는 기능도 직장인에게 쓸 만하다. 계단을 몇 층이나 오르내렸는지, 얼마나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지 알려주므로 짬짬이 몸을 움직이도록 챙겨준다. 노트북 앞에 앉는 일이 많은 기자로서는 가장 반가운 기능이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려면 갤럭시워치만 차고 나가도 된다. GPS를 내장해 달린 거리나 속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음악도 워치에서 재생할 수 있으니 심심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다. 다만 피로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쉽다. 삼성헬스를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스트라바나 나이키 런과 같은 해외 유명 서비스는 여전히 앱 장터에서 찾을 수 없다.

빈약한 앱 생태계는 여전히 문제
갤럭시워치는 대부분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모자란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기어 시리즈 때부터 지적받은 빈약한 앱 생태계가 개선되지 않은 까닭이다.



우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앱이 아직 없다. 기어에서 알림을 받아 답장할 수는 있지만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는 없다. 라인 메신저는 물론 페이스북 메신저도 찾을 수 없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비스도 없다.

지도나 음악 스트리밍 앱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의 앱 장터인 갤럭시 앱스에서 지도 관련 앱을 몇 개 찾을 수 있지만 쓸 만한 것은 노키아 ‘히어’나 네이버의 ‘네이버 지도’ 뿐이었다. 히어는 국내에서 아직 사용할 수 없다. 음악 스트리밍 앱은 멜론, 지니뮤직이 다였다. 벅스 뮤직 등을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기자가 가장 유용하게 쓴 앱은 스타벅스 앱이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매장이 보이면 바로 워치에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했다. 커피가 나왔다는 알림도 워치에서 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

갤럭시워치는 아직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이는 스마트워치 자체가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작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로는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제한된다. 갤럭시워치는 동영상 재생부터 게임, 인터넷 서핑까지도 가능하다. 잠재력은 높다. 다만 이런 기능 때문에 스마트워치를 구매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뿐이다. 다수의 스마트워치 업체들이 건강관리를 주요 기능으로 강조하는 이유다.

갤럭시워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트에도 어울리는 ‘덕후’들의 기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거나 모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급스런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갤럭시워치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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