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우주의 작은 존재,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

입력 2018-09-06 19:14  

5년 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그래비티'
아이맥스나 3D로 우주 황홀경 즐기길

이윤정 < 영화전문마케터, 퍼스트룩 대표 >



영화 마케팅을 하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는 같은 시기 개봉하는 경쟁작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다. ‘영원히’는 아니고,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은 내돈 내고 보지 못한다. 당연히 경쟁 영화 중에 보고 싶었거나, 기다려온 영화도 많다. 그런 경우엔 시사회에 참석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IPTV를 통해 관람한다. 그러다 보니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심한 경우엔 비행기에서 ‘놓쳐버린 걸작’을 마주하고 혼자 눈물, 콧물을 쏟으며 보는 일도 있다. “이런 명작을 놓치다니!”라며 후회하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다.

2013년 같은 이유로 ‘그래비티’라는 작품을 극장에서 놓쳤다. 그해 연말 가까스로 재상영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걸 놓쳤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아찔한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훌륭했다. 그리고 올해 이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예매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려 ‘아이맥스 레이저 3D(IMAX LASER 3D)관’에서 관람에 성공했다.

이런 특수관은 경쟁이 치열해 예매가 쉽지 않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티켓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5년 전 영화가 재개봉했는데 예매 순위 3위에 올랐으니 이때를 기다린 관객이 꽤나 많은 모양이다.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그래비티’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시각효과상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한 괴력의 작품이다. 영화는 허블 망원경 수리를 위한 미션 수행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조난당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들 조나스 쿠아론과 함께 각본을 쓴 쿠아론 감독은 대사의 양도 많지 않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구조의 스토리가 때론 더욱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장엄하고 드넓은 우주 속 작은 존재에 불과한 우리가 생(生)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담백하고 담담하게 관객과 소통한다.

특히 이번 ‘아이맥스 레이저 3D관’에서 본 우주의 풍경은 기대 이상의 놀라운 영화적 체험이었다. 폭파된 위성의 파편이 날아드는 장면에서는 순간 몸을 움찔하며 피할 정도였는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우주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샌드라 불럭과 조지 클루니는 특수 제작된 조명 세트에 올라 미세하게 조정되는 와이어 줄에 매달려 무중력 상태를 연기했다고 한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연기했다고 하는데, 촬영 과정을 기록한 메이킹을 보면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 실로 대단하다.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선선한 가을밤, 5년 만에 돌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극장에서 아이맥스나 3D를 통해 관람하길 추천한다. 우주 속을 직접 유영하는 듯한 놀라운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난 후일담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하던 날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공식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실제 우주비행사들의 허블 망원경 수리 사진을 올리며 응원했다고 한다. 하나 더, 영화의 러닝타임은 90분인데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90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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