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주 찾아뵙지 못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나눠주고 심지어는 당신들의 몸이 아파도 자식의 건강과 안위부터 챙기는 분이 부모님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아픈 팔다리를 주물러드리면 시원하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오랜 농사로 생긴 관절염으로 오히려 주물러드릴 때마다 아프다고 하신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복지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 유병률은 32.8%로 도시민(24.2%) 대비 8.6%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유병일수도 10.8일로 도시민(8.7일)보다 2.1일 더 많다. 이처럼 농업인의 건강 위험이 높은 게 현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많이 부족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보자.
첫째, 노년기 질병에 대비한 충분한 치료비를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다. 2016년 말 기준 농가의 연간 순소득은 3700만원, 지출 3100만원으로 여유자금이 600만원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지난해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가입한 보험현황을 보면 농·임·어업 종사자는 질병보장보험 45.3%, 사망보험 15.8%의 가입률을 보였다. 보험을 전혀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38.9%나 된다. 유병률도 도시민보다 높고 질병에 대한 치료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연간 순소득도 적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도 적다는 것이다.
둘째, 보험에 가입한 농업인이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농업인이 가장 많이 가입한 N생명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보험 가입금액은 일반암 진단비 800만원, 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 400만원, 질병수술비 10만원, 1일 입원비 6000원으로 보장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자산 형성의 우선순위를 예·적금으로 인식해왔고, 고령 농업인은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현재는 부동산이나 주식, 펀드 등 투자 자산의 범위를 좀 더 넓게 인식하고는 있지만 농촌 현실에서 보험은 아직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보험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보험 가입에서 본인과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 자산으로 바꿔야 할 때다. 특히 농업인은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위험보장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보장자산 준비가 더 필요하다. 보장자산은 불의의 사고 시 가족의 생활자금 및 치료비로 대체되는 최소한의 필수 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입된 보험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위험인 사망과 질병에 대한 불안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지 살펴봐야 할 때다.
김도안 < NH농협생명 농축협사업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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