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신만의 세계'에 살았던 그들, 세계를 바꿨다

입력 2018-09-20 18:13  

뉴로트라이브

스티브 실버만 지음 / 강병철 옮김
알마 / 700쪽│3만6000원



[ 서화동 기자 ]
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숫자를 모조리 외울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지닌 자폐증 환자로 나오는 ‘레인맨’은 개봉 몇 주 전까지도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한 영화였다. 자폐증이라는 질병이 너무나도 알려지지 않았던 탓에 시사회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하지만 개봉 후 관객들은 열광했다. ‘레인맨’은 세계에서 3억55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고, 오스카상을 휩쓸었다. 영화 속 ‘레이먼드 배빗’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자폐증에 대한 관심은 전례 없이 폭증했고 자폐증의 역사를 바꿔놨다. 자폐증을 어둡고 부정적으로 보는 대신 자폐인의 특별한 능력과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뉴로트라이브》는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고 자폐증에 대한 통념을 뒤집으며 자폐증 바로 보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타임, 와이어드, 네이처 등에 글을 써온 과학저널리스트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을 취재하다가 그들의 자녀 가운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관심 분야가 한정되는 특징을 보이는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는 사례가 유난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사와 치료사, 연구자, 자폐인과 그들의 가족을 직접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끝에 그는 자폐증의 잊혀진 역사와 자폐증에 관한 무지와 오해, 그로 인한 실패와 좌절의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밝혀낸다.

‘자폐증(autism)’이라는 이름을 가장 먼저 쓴 사람은 미국의 소아정신과 전문의 레오 카너였다. 그는 1943년 자신만의 세계에 살면서 주위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11명의 어린이를 진료하게 됐다. 사소한 행동을 몇 시간이고 반복하며 즐거워하는 반면 장난감의 위치 같은 사소한 변화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카너는 자폐증이 매우 드문 질병이며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의 어린이병원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거나 과학과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부모를 비롯한 타인과 사회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주목했다. 이 병원의 소아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는 카너와 달리 자폐증의 긍정적인 면을 포착했다. 자폐인의 존재 양상은 스펙트럼처럼 매우 다양하며 포용적인 방법으로 교육하면 누구나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스퍼거는 아이들을 ‘꼬마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상태를 자폐증이라고 명명했다. 카너가 명명한 다음해였다. 하지만 나치 체제의 대혼란 속에서 아스퍼거의 이론은 오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폐증의 부정적인 측면만 오래도록 봐야 했다.

부모들의 무관심과 방치, 유해한 환경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이론은 자폐증 아들을 둔 심리학자 버나드 림랜드에 의해 파기됐다. 《유아자폐증》이란 책을 쓴 그는 자폐증의 원인이 ‘냉장고 엄마(냉장고처럼 차가운 엄마)’ 때문이 아니라 선천성 지각장애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림램드 역시 아들의 자폐증을 완치하겠다는 집념이 지나친 나머지 정체불명의 약재들을 맹신해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켰다.

영화 ‘레인맨’이 보여줬듯이 자폐인 중에는 놀라운 기억력과 계산 능력, 언어 능력, 예술적인 창의력과 상상력 등을 지닌 사람이 많다. 책에는 그런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돼 있다. 현대과학의 기초를 놓았던 헨리 캐번디시, 노벨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 폴 디렉, 에디슨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공상과학소설이란 장르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휴고 건즈백,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컴퓨팅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존 매카시까지.

이들이 사회적 편견과 역경을 딛고 이런 업적을 남긴 것은 그 특별한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해준 부모와 교사들 덕분이다. 자폐증은 이제 아이들만의 일이 아니다. 자폐증의 진단 기준을 대폭 확대한 결과 자폐인은 급증하고 있다. 자폐증은 일생 동안 지속되는 장애인가. 저자는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자폐증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자폐증, 난독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단순히 능력 부족과 기능 이상의 집합체로 볼 것이 아니라 독특한 장점을 지니고 인류의 기술과 문화 진보에 이바지해온 자연발생적 인지적 변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과 발견, 학문적 업적 중 상당수가 자폐인들의 공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뭘까. 자녀와 가족, 이웃에 대해 편견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기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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