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춘 시사 프로·안방극장 속 인문학 … 판도 바뀐 TV 속 예능

입력 2018-09-22 08:39  

가을 개편을 맞아 지상파부터 비지상파(종편+PP채널)들이 예능 개편 러시에 돌입했다. 단순히 웃고 몸을 쓰는 예능은 이제 구시대적 스타일이 됐다. 최근 등장한 새 프로그램들을 분류해보면 크게 시사, 인문학, 복고라는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다. 예능의 판도를 달리할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 콧대 낮춘 시사 프로그램


장기파업을 끝낸 공영방송은 새로운 포맷의 시사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권 교체 후 달라진 시민 의식을 반영하고, 눈높이를 맞춰 이슈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첫 방송을 내보낸 KBS 2TV '오늘밤 김제동'은 방송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앵커 출신이 아닌 방송인 김제동을 MC로 내세워서다.

시사토크쇼 형태로 꾸며진 '오늘밤 김제동'은 심야 뉴스를 대표하는 '뉴스라인'을 축소하면서까지 편성된 만큼 어느 정도 파급력 있는 콘텐츠를 보여줄지 관심을 끌었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았으나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회 닐슨코리아 기준, 2.8%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20일 1.7%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저널리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영방송이 타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제작진 또한 언론사 고유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이 든다.

MBC는 '잃어버린 10년'만큼 다루지 못했던 이슈들을 다룰 계획이다. 'PD수첩'을 비롯해 '스트레이트' 등을 통해 사회 비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MBC는 이밖에도 파일럿으로 선보인, 예능과 시사교양 중간쯤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판결의 온도', '할머니네 똥강아지'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정규 편성하고, 최근에는 기업 탐방기인 '구내식당'을 선보였다.

방송 관계자는 "시사 이슈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내 주변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 속에 바로 시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가장 좋은 포맷이 시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안방극장 속 인문학


인문학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소양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인문학 예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나영석 사단이 연출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세 번째 시즌이 방영된 '알쓸신잡'은 MC 유희열과 프로그램 마스코트와도 같은 작가 유시민, 시즌1에서 만난 소설가 김영하 외에 MIT 도시계획학 박사 김진애, 물리학자 김상욱이 합류해 지난 시즌들보다도 더 풍성한 '잡학' 지식을 뽐낼 예정이다.

제작진은 "고대 서양 문명 중심인 그리스 아테네, 르네상스 건축과 예술의 본고장 이탈리아 피렌체,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세계적 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배경으로 생생한 수다 여행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해 더욱 기대를 안긴다.

또 추석에는 파일럿 프로그램 '어쩌다 행동과학연구소'도 오는 24일, 25일 방영된다. '인문학 실험예능쇼'를 모토로 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회당 8명의 '플레이어'가 세 곳 실험방에서 다섯 가지 게임을 하며, 다른 방에서 행동과학과 인지심리학 전문가들이 그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스테디셀러'인 게임 예능에 인문학을 결합한 형태다.

이달 중순 MBC TV가 선보일 '토크 노마드'는 국내외 유명 드라마, 문학, 음악, 영화 등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떠나는 로드 토크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문학, 영화, 음악 등 문화적 지식의 베이스가 두터운 이동진 영화평론가, 정철 카피라이터 등이 각자 서로 다른 인문학적 관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 클래식이 진리, '복고' 프로그램

마지막 키워드는 '복고'다.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원 게스트 토크쇼, 사람 찾기, 퀴즈쇼 등이 속속 부활하는 모양새이다.

가수 유희열이 진행을 맡아 첫 회 호평을 받은 KBS 2TV '대화의 희열'이 원 게스트 토크쇼 대표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원 게스트 토크쇼 포맷을 되살리는 대신, 과거 프로그램들과 달리 정해진 대본이나 프롬프터 없이 사석 느낌으로 진행돼 게스트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많이 끌어낸다.

첫 회 게스트로 나온 김숙 역시 기존 프로그램들에서는 들려주지 않은 공백기 경험 등을 진솔하게 털어놔 공감을 얻었다. 22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방문해 화제가 됐던 지코가 출연한다.

퀴즈쇼 역시 최근에 연달아 등장한다. 유재석의 tvN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에게 퀴즈를 제안, 연속으로 맞히면 상금을 주는 내용으로 얼핏 보면 '올드'한 포맷의 '공익성 예능' 같지만, 유재석의 진행능력과 시민의 사연이 결합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서경석이 진행을 맡은 KBS 2TV '퀴즈방'은 라이브 TV쇼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태의 퀴즈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KBS 2TV는 또 과거 인기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를 8년 만에 다시 내놓는다. '사람찾기'를 온라인으로 훨씬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된 요즘, 사람을 찾는 과정은 줄이고 '사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이전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면서 "최근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경향이 많아 오히려 역설적으로 오래된 것이 더 참신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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