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최저임금과 약자 보호

입력 2018-09-26 17:55   수정 2018-09-27 09:21

박기호 선임기자 겸 좋은일터연구소장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장일로다. 고용지표 악화 요인인지 여부와 소상공인연합회의 대(對)정부 투쟁으로 잦아들 조짐이 없다.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7530원, 내년 8350원으로 2년 새 29.1%나 오르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 주장이다.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주면 인건비 가져가기도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급 능력이 취약해 보호받아야 할 자신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논란은 다른 곳에서도 점화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 시급 계산 방식을 바꾸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도화선이다. 대법원은 월 급여의 시급은 실제 일한 시간인 174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일하지 않는 일요일에도 주휴수당을 지급한다며 행정해석을 통해 209시간을 강제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유급으로 처리되는 모든 시간을 포함하도록 명문화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기능

개정안은 유노조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노조 힘을 지렛대 삼아 무노동 유급시간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기업은 226시간, 많은 곳은 243시간에 이른다. 최저임금 시급 환산 때 분자는 고정임에도 분모가 커지면 산출 숫자는 작게 마련이다. 경영계는 연봉 40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의 골간인 기본급을 두 자릿수로 올리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격월이나 명절에 지급되는 상여금, 각종 수당, 성과급은 최저임금 계산 때 넣지 않는 탓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미만인 근로자의 기본급 인상은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근무 연수가 길면 더 많이 받는 연공급 체계에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기본급을 두 자릿수로 올린다고 치자. 이들의 월급이 입사가 조금 빠르지만 최저임금을 웃도는 선배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노조 힘이 강한 곳이라면 기본급 연쇄 인상이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상여금을 매달 주는 중견·중소기업은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돼 시행령 개정에도 기본급 인상 부담은 생기지 않는다”며 “유노조 대기업 근로자와 비노조 중견·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격차 확대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새 장관에 거는 기대

최저임금 인상에는 ‘한 시간에 만원은 받아야’라는 노동계의 프레임이 깔려 있다. 현장에서는 상대적 약자들이 역차별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산성을 웃도는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거나, 완성품 업체 노조의 지나친 요구로 납품 업체나 협력 업체로의 이익 이전이 힘들어 낙수효과(트리클 다운)가 생기지 않는다는 논쟁은 사치스럽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9일 입법예고 기간을 마쳤다.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11월 말 공포될 예정이다. 고용과 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도 올해 추석 민심은 좋았다. 남북한 정상회담 덕에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다시 넘었다.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고, 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적용되는 내년 설 민심은 어떨까. 최저임금은 정부 일각에서도 고용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눈길이 몰리는 까닭이다. 김영주 전 고용부 장관은 “(장관 역할은) 고용이 30, 노동이 70”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고용노동 분야 행정에 정통한 이재갑 장관이 27일 취임한다. 이 장관은 악마가 숨어 있다는 그 디테일을 어떻게 챙길 것인지.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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