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같다'를 남발하는 글은 잘못된 거죠

입력 2018-10-01 09:01   수정 2018-10-05 16:56

우리말을 해치는 표현들 (3)

'시간이 걸리다'가 확실치 않으면 '걸릴 것이다'라고 하면 된다.
'걸릴 것 같다'는 남용이고, '걸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면 오용에 해당한다.




“경직된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잘해준 거 같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우승한 뒤 한 말이다.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그런데 끝말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잘했으면 잘한 것이지 ‘잘한 거 같다’는 무슨 뜻일까?

느낌 나타내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벌집 쑤신 것 같다’란 말이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느니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란 말도 많이 쓴다. 다 괜찮은 표현들이다. 그런데 ‘엄청 좋은 것 같다’느니, ‘기쁜 것 같다’ ‘슬픈 것 같다’ 따위는 매우 어색하다.

‘같다’는 10여 가지 의미로 쓰인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는 것’ ‘-을 것’ 뒤에 쓰여 추측, 불확실한 단정의 뜻을 나타내는 용법이다. ‘사고가 난 것 같다/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처럼 쓰는 게 전형적인 용법이다. 이 말은 또 ‘그렇게 느껴지는 바가 있음’을 나타내는 데도 쓰인다. “날씨가 좋아 고기가 잘 낚일 것 같아” 등이 그런 것이다.

‘같다’는 확실치 않을 때, 자신 없을 때 쓰는 표현이다. 그래서 입말에서도 공식적 대화에서는 쓰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학적으로는 완곡어법의 하나로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글쓰기에 보이는 ‘~인 것 같다/같아요’ 표현은 그런 것과도 상관이 없다. 그저 잘못 익힌 말투가 글에 반영된 것일 뿐이다. ‘예쁜 거 같아요, 아픈 거 같아요, 화나는 거 같아요, 맛있는 거 같아요.’ 느낌을 나타내는 감정어는 ‘같다’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거기다 강세부사 ‘너무’까지 곁들여 ‘너무 좋은 것 같다’라고도 한다. 그렇게나 좋은데, 이어지는 말은 ‘~일 것 같다’라고 하니 의미상으로도 호응하지 않는다. 힘 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표현이다. 재미있으면 ‘재미있다’고 하면 그만이다.

생각 분명히 드러낼 때 힘 있는 문장 나와

<그는 “막상 국회의원이 되니 생각보다 훨씬 바쁜 것 같다”며 “꼼꼼히 일을 챙기려고 하면 할 게 무한대로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같다’의 남용에는 이런 표현이 마치 겸양의 뜻을 담은 것으로 잘못 알려진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쓰는, 그릇된 말버릇에 불과하다. 자신의 느낌, 생각을 말하는 것이니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좋다. ‘훨씬 바쁘다’ ‘많아진다’고 해야 의미가 더 잘 전달된다.

<정부 한 소식통은 “이 문제는 이달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의제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문장에 쓰인 ‘같다’가 왜 안 좋은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네 번에 걸쳐 막연함을 드러낸 소극적 표현이다. 우선 ‘논의하다’가 자신 없을 때 피동형인 ‘논의되다’로 바뀐다. 주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책임 소재에서 빠져나가는 효과가 있다. 이를 한 번 더 뒤로 뺀 게 ‘논의될 것’이다. 어미 ‘-ㄹ’이 추측 등 확실하지 않은 내용임을 나타낸다. 이것으로 충분히 유보적인 표현이다. 거기에 ‘~수 있을’까지 붙였으니 차고 넘칠 정도로 불확실성을 나타냈다. 그것도 부족해 ‘같다’를 또 붙였다. 이쯤 되면 우리말을 비틀 대로 비틀어 쓴 꼴이다.

‘~같다’를 꼭 써야 할 상황에서는 써야 한다. 내용상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다만 무심코,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다’가 확실치 않으면 ‘걸릴 것이다’라고 하면 된다. ‘걸릴 것 같다’는 남용이고, ‘걸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면 오용에 해당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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