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국인의 '밥'이 되다

입력 2018-10-05 18:11  

이탈리안 BLT, 베트남 반미, 佛 크로크무슈…

건강 간편식 찾는 1인 가구 증가
올해 외식시장서 '샌드위치' 부상
'파산 아픔' 서브웨이, 매장 350개로
1000원대 편의점 샌드위치도 인기



[ 김보라 기자 ]
‘빵은 신선했고, 부드러웠고, 게다가 잘 드는 청결한 칼로 자른 것이었다. 자칫하면 그냥 넘어가기 쉬운 일이지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려면 좋은 칼을 꼭 준비해야 한다. 겨자도 고급이었고, 양상추도 싱싱했고, 마요네즈도 직접 만든 것이거나 그것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만큼 잘 만든 샌드위치를 먹어 본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일부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일상에서 요리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된다. 오죽하면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동호회가 소설 속 레시피를 모아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는 요리책을 냈을까. 샌드위치에 대한 하루키의 애정은 유별나다. 양상추와 훈제연어 샌드위치, 오이와 햄치즈 샌드위치, 토마토치즈 샌드위치,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등이 여러 작품 속에 등장한다. 빵과 빵 사이에 ‘아무거나’ 끼워 먹던, 값싼 간식이 이렇게 고급스럽고 복잡한 맛이었다니.

올해 외식 시장의 스타는 샌드위치다. △밥 대신 빵 먹는 문화 △건강식을 찾는 트렌드 △1인 가구의 간편한 식사 수요 △취향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맞물리면서 샌드위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영국, 대만, 일본, 베트남, 프랑스, 쿠바, 북유럽, 미국 등 나라마다 개성을 살린 샌드위치 전문점이 대거 등장했다. 1991년 국내 첫 진출한 세계 최대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는 2006년 한때 파산했던 굴욕을 딛고 올해 점포 350개를 돌파했다. 1000원~2000원대 편의점 샌드위치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마 때부터 먹던 ‘글로벌 푸드’

빵과 빵 사이에 각종 채소나 고기 등을 넣어 먹는 샌드위치. 그 기원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빵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로마인들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랍과 아프리카 등에서도 발견된다. 도구 없이 손으로 먹을 수 있어 산업화 이후에는 노동자나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카지노 등 도박장에서 밥 먹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를 찾으면서 대중화됐다는 얘기도 있다.

긴 역사만큼이나 나라마다 즐기는 방식이 다 다르다. 국내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국식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계란, 토마토, 햄, 치즈, 오이 등을 넣어 먹는다. 뉴욕의 한 도박 클럽에서 19세기 말 유행했다는 ‘클럽 샌드위치’는 3장의 구운 식빵 안에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 칠면조고기 등을 넣는다. 빵에는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소스가 발린다. 클럽 샌드위치와 비슷한 BLT 샌드위치는 베이컨(bacon), 양상추(lettuce), 토마토(tomato)의 약자를 따서 만들었다.

프랑스의 대표 샌드위치인 크로크무슈와 크로크마담도 대중화된 메뉴다. 빵 사이에 햄과 치즈를 넣고 겉을 치즈로 살짝 입혀 바삭하게 구운 게 크로크무슈인데, 직역하면 ‘바삭한 아저씨’다. 구운 빵을 씹을 때 큰 소리가 나고 입에 묻거나 흘릴 수 있어 남성들이 주로 먹은 데서 유래했다. 여성들을 위해 빵 위에 반숙한 계란 프라이를 얹어 칼로 잘 썰게 만든 ‘크로크마담’은 후속작이다.


◆日 가쓰산도, 베트남 반미, 中 멘보샤

샌드위치는 아시아에서 개성 있게 진화했다. 일본의 ‘가쓰산도’와 ‘다마고산도’가 대표적이다. 빵 사이에 돈가스를 넣어 먹는 가쓰산도는 원래 일본 도쿄 유흥가였던 우에노 지역 게이샤들에게 입술에 묻은 립스틱이 지워지지 않으면서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었다. 두꺼운 돼지고기 등심과 빵이 만난 든든함을 무기로 편의점까지 확장됐다. 국내에서는 삼청동 ‘긴자 바이린’, 청담동 바 ‘폴스타’, 한남동 레스토랑 ‘다츠’, 이태원 ‘오월의 종’ 등이 유명하다. 오로지 계란만을 두툼하게 넣은 ‘다마고산도’도 일본을 대표하는 샌드위치 중 하나다. 계란말이가 들어간 건 오사카식, 삶은 계란을 으깨서 넣은 건 도쿄식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선 베트남의 국민 음식 ‘반미’도 빼놓을 수 없다. 바게트빵에 각종 고기와 햄, 채소, 고수 등을 푸짐하게 넣은 반미는 담백한 맛과 특유의 베트남 향신료가 매력적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사람들이 자신들의 식재료를 활용해 진화시킨 길거리 음식이다. 중국에서도 ‘멘보샤’라는 이름의 튀긴 샌드위치를 즐긴다. 식빵을 4등분해 자르고 두 장을 겹쳐 밑간을 한 다진 새우를 끼워넣은 음식이다. 새우의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 칼로 적당히 다지는 게 기술이다.

1947년 창립한 대만식 샌드위치 전문점 ‘홍루이젠’도 올해 3월 한국에 첫발을 들였다. 오리지널 샌드위치, 햄, 치즈 등 3종을 1600~1800원에 판매하는데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6개월 만에 전국 매장이 80여 개로 늘었다.


◆‘미식’의 영역이 된 샌드위치

요즘 샌드위치는 미식의 영역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북유럽에서 호밀빵 위에 각각의 재료를 토핑처럼 올려 먹는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도 여성들에게 인기다. 일반 샌드위치와 달리 내용물이 화려하게 다 보이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 포스팅이 넘쳐난다. 경리단길의 ‘선댄스 플레이스’, 연남동 ‘스뫼르’, 한남동 ‘콩티드툴레아 더 멘션’, 논현동 ‘라이크프라이데이’, 서교동 ‘후거벤’ 등이 유명하다.

‘샌드위밋’ ‘써스데이스터핑’ ‘소금집델리’는 오랜 시간 잘 가공한 육류 ‘사퀴테리’를 넣어 유럽 정통 샌드위치를 만들어낸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회관의 ‘옐로우보울’은 웨스틴조선호텔과 JW메리어트호텔 출신 셰프가 만드는 고급스러운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염소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레지아노 치즈 등을 넣은 ‘치즈몬스터’가 대표 메뉴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베키아에누보에서는 코코넛 마리네이드 치킨과 아보카도, 고수를 넣은 ‘실란트로 치킨 샌드위치’ ‘피렌체 샌드위치’를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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