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왕의 숲길' 걸은 文대통령…세종 따라잡기

입력 2018-10-09 18:25  



(정치부 박재원 기자) ‘한글, 위대한 애민정신을 마음깊이 새깁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세종대왕 영릉(英陵)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방명록에 이같이 적었다. 이번 방문은 572돌 한글날과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한글 창제의 뜻을 기리고, 한글에 담긴 가치와 슬기를 되새기기 위해 이번 방문을 결정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해마다 기념식을 치르지만 세종대왕 없는 기념식이어서 가능하면 국민과 함께 한글날의 역사성과 현장성을 살릴 수 있는 기념식이길 바라왔다”며 “그래서 오늘 처음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념식을 개최했고, 이곳 영릉에서는 기념식은 어렵지만 참배라도 하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대신 영릉을 직접 참배한 이유는 이처럼 평소 존경하던 세종을 기리고 세종의 길을 본받기 위함이다. ‘포용국가’를 국가 사회 정책을 아우르는 슬로건으로 내건 문 대통령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고 주창해온 세종대왕의 길을 본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기간 중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존경하는 리더십 모델로 세종대왕을 꼽았다.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뜻은 오늘날 민주주의 정신과 통한다”는 말을 남기며 우리 시대에 ‘세종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세종대왕 사랑’을 드러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남측 평화의집 이곳 1층 접견실에는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김중만 작가의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이 걸려 있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그 문구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잘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으로 거기에 기억을 특별하게 표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사맛디’의 ‘미음(ㅁ)’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ㄱ)’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으로 만든 한글을 통해 ‘사맛디 문재인’과 ‘맹가노니 김정은’이 서로 통하게 만들자는 의미를 담은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찾은 경기도 여주 세종 영릉은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그의 비 소헌왕후가 함께 묻힌 합장릉이다. 영릉 옆에는 제17대 임금 효종과 인선왕후가 잠든 영릉(寧陵)이 있다. 사적 제195호로 지정된 두 무덤을 합해 ‘영녕릉’이라 칭하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여주 영릉을 방문하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5월 15일 열린 세종대왕 숭모제전에 참석한 이후 2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효종의 영릉(寧陵)을 참배한 후에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을 연결하는 ‘왕의 숲길’을 걸어 세종 영릉으로 이동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88년 숙종, 1730년 영조, 1779년 정조 임금도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을 차례로 참배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약 700m 길이의 왕의 숲길은 지역주민이 이용하던 산길을 지난 2016년 조선왕조실록을 참고해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을 연결하는 이야기 길로 재정비했다. 영릉을 찾은 문 대통령은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애민정신의 발현”이라며 “이시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본받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 외에도 ‘역사덕후’로 불릴 만큼 집권 이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고대사에서 소외된 가야와 청와대 경내에 있는 신라 불상의 가치 재평가를 당부했고,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는 문화재 안내판 개선을 지시했다. 미국 워싱턴 방문 일정 중에 복원을 마친 대한제국공사관에 들르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를 찾기도 했다. 창덕궁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공식 국빈 환영식을 연 것도 화제가 됐다. (끝) /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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