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 정부 아닌 유능한 정부 되겠다"던 게 공무원 폭증인가

입력 2018-10-15 18:01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에 편승해 각 부처가 터무니없이 많은 공무원 증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52개 부처가 요구한 증원 규모는 9만3765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한다. 공무원 전체 정원(32만511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것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 2년간 증원 요구 인원(6만6307명)의 1.5배다. 행안부는 이 중 25%인 2만3614명의 증원을 승인했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초기 2년간 증원 인원의 두 배가 넘는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자 대다수 부처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일단 많이 요구부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묻지마’식 공무원 증원의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엄청난 인건비부터 그렇다. 한 번 공무원을 뽑으면 대략 60년간 임금과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할 경우 연금액만 12조7000억원이 추가로 든다. 지금도 연간 2조원을 넘는 공무원 연금 적자 보전 규모는 2050년이면 연간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민간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공무원 숫자가 늘면 그만큼 규제도 늘게 마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와 올해를 합해 9478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지난해 정원(5875명)의 1.6배다. 여기엔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근로감독관 3000명 증원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는 1900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것만으로도 재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 한 명 늘릴 때마다 민간일자리가 1.5개 줄어든다는 OECD 통계도 있다.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구축해 내면, 세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일자리 대책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간부문을 그만큼 위축시키고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공통점이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렸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큰 정부보다는 유능한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는 공무원 폭증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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