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취업전선 뛰어든 아내들…전방위 지원 나선 남편들

입력 2018-10-15 18:12   수정 2018-10-16 10:58

시간 아끼라고 車까지 사주며…아내 석·박사 8년 뒷바라지
"아내 교수 임용 성공…노후 걱정 크게 덜었죠"

주말마다 여친 집 가서 밥 해주고 집안청소까지
"여친 의사 되면 직장 관두고 전업主夫 도전"

남편이 공무원 시험 보래요
책 보는 시간이 애 보는 시간보다 더 많아
남편이 인강 들으라고 노트북도 사줘
애는 시어머니·친정어머니가 번갈아 봐주죠

아내의 수입은 내가 불린다
변호사인 아내가 내 수입 2배
야근·주말 출근에 바쁜 아내 대신 재테크
시간 날 때마다 부동산·주식 '열공'



[ 이승우 기자 ] 대기업에 다니는 최 과장(41)은 주말마다 서울 경기 세종 등 전국 각지의 부동산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아내 이씨(40)의 부동산 공부에 동행하는 것이다. 이씨는 결혼 이후 10년 넘게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퇴직 후 함께하기에도 공인중개업소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2년간의 수험 생활을 거쳐 지난해 시험에 합격했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업소에서 일하며 업무 요령을 배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노후 준비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자식들 학원 보내다 보면 어느덧 퇴직이 코앞이다. 더 나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 부인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은 물론 창업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남편들도 먼저 취업을 제안하고 뒷바라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과장 이대리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어봤다.

가정주부에서 ‘공시족’으로

매달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집안의 대차대조표를 맞출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가정주부에서 구직자로 변신하는 사례의 상당수는 이때 시작된다. 서울 강동구의 주부 이씨(42)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최근 구청에서 진행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8년 전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해왔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인 남편의 벌이만으론 생활비 감당이 힘들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뷰티 자격증을 따서 상담 일을 할 계획이다. “남편도 외벌이가 힘들었는지 서점에서 적성검사 책까지 사와서 격려를 해주더라고요. 맞벌이를 안 하면 애들 교육비 감당이 힘들다 보니 요즘엔 집에서 애나 보라고 말하는 남편을 찾기가 더 힘들어요.”

석유화학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이 과장도 아내에게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권했다. 이 과장의 아내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한 뒤 출산과 육아에만 전념했다. 이 과장은 “아내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며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노후 준비에 공무원 연금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회사를 다니다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인 김 대리(33)는 애를 보는 시간보다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올해 채용인원이 대폭 늘어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조언 때문에 ‘공시족’이 됐다. 회계사인 남편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라며 노트북을 사주고 수험 생활 지원에 나섰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주신다. 건설회사 특성상 야근이 많아 육아가 힘들다는 점도 ‘늦깎이 수험생’이 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다. 김 대리는 “합격에 5년이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준비하라는 남편에게 낚여 공부를 시작했다”며 “남편의 수입과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다는 점을 고려해 퇴근이 빠르고 수입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내 합격 위해 처가살이도 불사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강 과장(38)은 작년 아내가 둘째를 낳자 처가와 살림을 합쳤다. 뜻하지 않은 처가살이의 이유는 아내가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해서다. 아내는 결혼 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포기하고 일반 사기업에 취직했지만 임용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처음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강 과장은 노후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반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처가살이가 불편하긴 해도 아내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장인 장모를 비롯해 모든 식구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김 부장(42)은 지난 8년간 아내의 석·박사 공부를 뒷바라지했다. 박사 과정 중 임신한 아내가 출산 80일 만에 조교로 복직하도록 자동차까지 사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의 아내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년간 시간강사, 전임강사로 일한 끝에 마침내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김 부장은 “아내가 교수에 임용되면서 우리 부부의 노후 걱정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아내가 7년만 더 일하면 정년교수 지원이 가능한 데다 20년을 일하면 사학연금도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장 내팽개치고 내조 ‘올인’하는 남편들

아내 내조에 올인하는 남편도 있다. 본인 직장보다 아내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경우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최 주임(31)이 여기에 속한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여자친구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화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 진학을 고민하던 여자친구에게 ‘내가 돕겠다’고 거들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그는 매주 주말이면 성북구에 있는 여자친구 집에 가서 밥을 해주고 집안 청소까지 대신해준다. 결혼 준비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결혼을 약속한 뒤로는 돈 관리까지 맡았다. 피로가 누적된 최 주임은 한직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의사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수의사 엄씨(33)는 개업을 포기했다. 친한 선배 중에서도 개업했다가 망한 사례가 많아 괜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대신 변호사인 아내의 수입을 잘 굴리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동물병원 페이닥터인 엄씨의 수입은 연 5000만원 수준이지만 아내의 수입은 2배에 가깝다. 하지만 아내는 재테크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인 데다 주말마다 출근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엄씨가 재테크를 도맡기로 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부동산, 주식 투자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최근 뜨고 있다는 지역의 오피스텔을 한 채 샀다”며 “정부 정책을 보고 아파트 투자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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