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7)] 엘 클라시코, 영원한 맞수의 대결

입력 2018-10-15 18:58  

프로축구에서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끼리의 경기를 더비(derby)라고 한다. 마드리드 더비로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가 있고, 바르셀로나 더비로 FC 바르셀로나와 에스파뇰이 있다. 지역을 넘어 스페인 전국 단위의 더비로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있다. 두 팀 간의 경기를 엘 클라시코(El Clasico: 전통의 경기)라고 한다. 가장 오래되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두 팀 간 경기가 스페인 축구의 전통과 특징을 보여주는 명승부라는 점에서 언론과 팬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날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을 넘어 세계 축구팬에게 사랑받고 있다. 엘 클라시코는 올림픽과 월드컵 다음으로 세계인이 많이 관전하는 경기다. 세계 185개국 6억5000만 명 이상이 관전한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이면 몸살을 앓는다. 도시 전체가 흥분한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필자가 주스페인 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카탈루냐 주지사를 예방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바르셀로나에서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이었다. 주지사 예방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필자에게 어느 팀 팬인지 물었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응원하는 팀을 밝히는 순간 필자는 스페인 국민 절반의 적이 될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팀을 응원하고 레알 마드리드 팀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기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고 필자는 궁지에서 벗어났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경쟁의식

엘 클라시코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두 팀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이다. 두 구단 모두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해 국내외 주요 타이틀을 석권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피구, 지단, 호나우두, 베컴, 호날두 등 최고의 스타들이 거쳐 갔다. 특히 호날두는 2억 명 이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을 거느린 스타플레이어다. 최근에는 성폭행 의혹으로 많은 팬에게 충격을 줬다. FC 바르셀로나는 마라도나, 사비, 수아레스 등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으며, 특히 메시는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간 라이벌 의식은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1세기 이상 계속된 경쟁의식은 두 도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드리드는 정치, 행정의 중심지로 중앙집권주의의 상징이다. 언어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바르셀로나는 무역과 공업의 중심지로 카탈루냐 민족주의와 지역 분권주의의 상징이다. 언어는 카탈란어를 사용한다.

스페인의 근세사도 경쟁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프랑코는 카탈란어 사용을 금했으나, 카탈란인들은 FC 바르셀로나의 캄 노우 구장에서 카탈란어를 사용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표출했다.

양 팀 모두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식은 다르다.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되겠다는 ‘일류주의’ 노선을 선택한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고 상품성을 극대화해 구단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한 예로 포지션이 겹치는데도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던 베컴을 영입해 아시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개인·조직 모두 경쟁 통해 발전

FC 바르셀로나는 ‘클럽 이상의 클럽’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카탈루냐의 전통과 가치를 대변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승리라는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도모하는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또 유소년 팀을 자체적으로 운영, 훈련을 통해 훌륭한 선수를 키워낸다. 호르몬 병으로 유난히 왜소한 메시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키워낸 것도 바르셀로나 팀이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공격수 이승우 선수도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출신이다.

스포츠 세계에는 언제나 숙명의 라이벌이 존재한다. 미국 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테니스계의 페더러와 나달, 미국 대학농구에서의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등이 그렇다. 프로축구에선 엘 클라시코 외에도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인터 밀란을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맞수와의 대결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 모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한다.

2018~2019 시즌 첫 엘 클라시코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29일 새벽에 열릴 예정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슈퍼스타 호날두가 떠난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호날두는 그동안 엘 클라시코 29경기에 출전해 총 17골을 기록하는 등 바르셀로나에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축구계 최대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에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축구팬에게 더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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