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혁신의 조건…디자인을 기업 DNA로 만들라

입력 2018-10-18 16:09  

Let"s Study - 디자인 싱킹 (3)



《디자인 씽킹》(웅진윙스, 원제: The Design of Business)의 저자 로저 마틴 교수는 기업이 디자인 싱킹을 활용하는 데 궁극적 목표는 프로젝트 단위의 혁신이 아니라 기업 문화 자체를 고객 중심적, 혁신적, 창의적으로 변화하는 데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자인을 기업의 DNA로 만들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초기에는 단기적 교육 프로그램이나 디자인 싱킹 워크숍 등을 통해 디자인 싱킹 ‘맛보기’를 한다. 주로 외부 디자인 전문가를 초청해 직원들이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이해하도록 돕는 방법을 가르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맛보기를 통해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외부 디자인 전문기업과 협업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단위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여기까지의 방법으로는 마틴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디자인 DNA’를 확립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짧으면 반나절, 길게는 2주 정도의 단발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론 사용자 조사로부터 통찰력 있는 발견점을 얻는 데 한계가 있고, 교육을 통해 배운 디자인 방법들을 바쁘게 돌아가는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외부 디자인 전문가에게만 의존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프로젝트 종료 후 디자인 결과물의 구현과 관리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하는 조직은 디자인의 차용을 넘어 조직 내 디자인 핵심 역량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략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조직 내 디자인 혁신 부서를 개설하는 것이다. 전략 디자이너란 새로운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전략을 세우거나 조직의 디자인 혁신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이런 움직임이 정부 기관에서 있다. 싱가포르 노동부가 대표 사례다. 이곳이 디자인을 활용한 것은 2009년 비자서비스센터 개선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세계적 디자인 전문회사인 IDEO와 협력해 비자 신청 예약부터 센터 방문, 발급에 이르는 전반적인 절차를 단순화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 센터 공간 및 직원 서비스 등을 고객 친화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 결과 비자서비스센터 방문객이 비자를 발급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4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이주해 어린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외국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부모가 비자 발급업무를 보는 동안 아이들이 놀면서 기다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한 것도 서비스 디자인 혁신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디자인 혁신을 경험한 노동부는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을 좀 더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동 디자인 유닛(BDU)’이란 부서를 신설했다. BDU는 행동경제학과 디자인을 결합한 혁신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 그 심리적 원인을 파악한 뒤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치(넛지라고도 한다)를 설치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수치로 분석한다. 이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일지 제대로 포착하고 적합한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 역할을 디자인이 한다. 디자인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고안하면 행동경제학적 방법으로 테스트한 뒤 수치적으로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런 하이브리드 방법으로 싱가포르 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서비스, 노동 현장 안전 문제, 은퇴 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새로운 해결안을 제시해 싱가포르 내에서도 혁신적 정부 기관으로 손꼽힌다. BDU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2017년에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도입해 ‘코-랩(Co-Lab)’이란 조직으로 거듭났다.

싱가포르 국세청은 2016년 데이터 사이언스와 디자인을 결합한 ‘리드(Lead)’란 조직을 만들어 시민들의 납세 관련 활동을 관찰하고 행정 서비스를 새로 디자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직속 기관인 ‘인간 경험 랩’은 다양한 정부 기관을 도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무원 교육 커리큘럼에도 디자인 싱킹을 포함시켰다.

비슷한 시기 싱가포르 정부기술청에는 시민 중심의 공공서비스 디지털 혁신을 위한 ‘디자인 경험 랩’이 생겼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1개 정부 청사와 16개 지자체가 협력해 개발한 ‘원 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이는 시민들이 정부에 문의할 일이 있을 때 어느 기관으로 연락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길을 가던 시민이 도로에 누워 있는 큰 뱀을 발견했는데, 도로관리공단에 전화하니 동식물관리공단으로 연락하라 하고, 동식물관리공단에 연락하니 뱀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환경관리공단으로 연락하라고 한 일화는 정부 기관들이 얼마나 개별적으로 일을 하고, 또 그들의 업무 분류 기준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명확하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 서비스 앱은 시민들이 어느 기관에 연락해도 민원이 처리될 수 있도록 다수 청사와 지자체의 민원 관리 시스템을 통합했다. 2015년 서비스 시작 이후 11만 건 넘는 문의가 접수됐다.

싱가포르 정부가 조직 혁신과 공공 서비스 개발을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 여정을 살펴보면 단발적이고 표면적인 디자인 싱킹 차용을 넘어 디자인 역량 함양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자인 싱킹은 단순히 따라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론이나 툴키트가 아니라 조직이 장단기적 계획과 전략을 통해 축적할 수 있는 내공이다.

이정주 <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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