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경협 속도전…그 이면엔 '퀀텀점프 원하는 김정은' 있다

입력 2018-10-26 17:22  

박동휘 기자의 한반도에선 지금

'돈의 힘'이 북핵 해결 지렛대
靑 "평양은 저임금 공장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단숨에 도약 희망"

미·북 협상 교착속 과속 논란에
"新햇볕이 경제 제재보다 효과"

대북 진출 준비하는 日·대만
日, 평양서 경제정보 수집 나서
대만 기업인들도 대거 北으로

"北, 南만 경협파트너로 생각안해"
정부, 첨단기업 北진출 방안 주문



[ 박동휘 기자 ]
“평양은 퀀텀 점프를 원한다.”

청와대를 비롯해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리는 ‘조국의 미래’는 저임금 공장을 넘어 4차 산업혁명으로 단숨에 도약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남북한 교류를 확대하려는 ‘청(靑)의 질주’가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에 빠졌음에도 민간과 군사분야 남북 교류만은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퀀텀 점프’ 발언을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로 보고 있다. 압박과 제재보다는 ‘돈의 힘’이 북핵을 해결할 최적의 지렛대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靑 “새로운 대북 접근법 이해 못 해주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70년 만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통일 대박론’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시혜성 ‘햇볕정책’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실험이란 설명이다. ‘신(新)햇볕’이라 할 만한 이번 정책의 핵심을 이 관계자는 “돈의 위력에 기댄 탈이념적 접근법”이라고 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이어 사람과 물자가 오가도록 하는 게 군사적 대결과 경제적 제재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4·27 판문점 선언’ 1조에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명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연내에 동해·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겠다는 것도 이미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된 일정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남북 인적 교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6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방북 승인은 총 179건에 달했다. 한 달 평균 20건에 이른다. 이 중 남북경협 명목으로 분류돼 있는 방북은 22건이다. 동해·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구간 점검과 동해지구 군통신선 물자 전달이 주요 목적으로 기재돼 있다. 이 밖에 △사회문화 70건 △이산가족 82건 △개발 지원 4건 △인도협력 1건 등이다. 몇 차례 방북 승인이 유보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조만간 방북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일부 방북 승인은 최근 10년 만의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대만 기업들도 방북 ‘러시’

청와대와 정부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라는 공식 경로 외에 민간에서 이뤄지는 남북경협 등을 통해 교류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북한 제재 완화와 시장 개방이 이뤄질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의 ‘개성공단식’ 저임금 임가공으로만 접근하려 한다면 한국은 중·일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더 나아가 미국의 기업과도 중대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비된 자’만이 평화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간혹 일본 기자가 북한에 억류됐다는 소식이 나오는데 그들은 일종의 정보 간첩”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일제강점기부터 쌓아온 북한에 대한 각종 정보를 ‘업데이트’하러 보낸 이들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과거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했던 것처럼 전쟁배상금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단숨에 북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한 중견업체 대표는 “대만 업체들이 최근 북한에 상당수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김정은이 남한만을 경협 파트너로 여길 것이란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북사업 ‘은근한’ 주문도

정부가 철도·도로 연결 등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북방위는 석탄 환적항으로 역할이 축소된 나진항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최근 북측과 나진항 배후단지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작업에 합의했다. 해양수산부는 평양 인근에 있는 해주, 남포항 개발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맡고,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 투자에 대한 위험을 없애면 뒤를 이어 국내 대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가 갖고 있는 구상으로 전해졌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고려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주요 기업에 남북협력에 관한 아이디어를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평양 시민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이 북한 자체 기술로 만든 제품이라고 들었다”며 “북한의 기초과학과 정보기술(IT)이 뛰어난 만큼 이를 활용한 협력 방안을 찾아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는 배경과 관련해 ‘촉진자’라는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이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는 게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를 설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위협하는 남북경협을 서두를수록 미·북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협상 카드를 소진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한·미 간 보폭 차이가 자칫 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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