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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탈락하고도 만족한 최경주 "암, 좋은 아빠·남편 되돌아간 계기"

입력 2018-10-26 18:33  

갑상샘암 수술 후 필드 복귀
최경주인비테이셔널 2R 8오버파



[ 조희찬 기자 ] “당시에는 정말 놀랐지만, 우리 가족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때는 쳐다보기만 해도 베일 것만 같았던 최경주(48·사진)의 눈매는 한결 사그라든 모습이었다. 26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이 열린 경남 김해 정산CC(파72·7300야드)에서 만난 그는 “갑상샘암이 보험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흔하다지만 수술을 앞두고는 잠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걱정했다”고 말했다.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시니어)투어 진출을 앞두고 몸 관리에 들어갔던 최경주는 지난 8월 갑작스레 갑상샘에 종양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갑상샘을 모두 제거하면 선수 생활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한국 골프의 선구자라는 책임감으로 멈추면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다.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옆 가족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가족과 어딜 놀러가도 머릿속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앞지를 것만 같았어요. 암이 생기고 나를 걱정하는 가족을 보니 미안하면서도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암이 생긴 뒤 우리 가족은 더 끈끈해지고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젠 아빠 최경주, 남편 최경주로 더 많이 시간을 쓰고 있어요. (현재 생활이) 정말 재밌습니다.”

종양 부분만 말끔히 떼낸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직 경기에 나설 정도의 몸을 만들진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열리는 이번 대회의 출전을 건너뛸 순 없는 일. 지난 6월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처음으로 잔디를 밟은 최경주는 비록 이틀 합계 8오버파 152타로 커트 통과를 못했음에도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경주는 “내 골프 인생의 정년퇴직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경기할 수 있는 시니어투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앞으로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면서 시니어투어라는 새 길을 닦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최경주는 내년 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출전을 위해 남은 기간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이날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는 이형준(26)이 8언더파 136타로 선두를 달렸다.

김해=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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