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난수표된 아파트 청약 제도

입력 2018-10-28 17:34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 조성근 기자 ] 20년 사이 아파트 청약에만 네 번 당첨돼 20억원대 자산을 일군 지인이 있다. 그는 대단지로 옮기고 싶을 때, 새집으로 이사하고 싶을 때 등 필요할 때마다 청약했다. 당첨 비결은 꾸준함이다. 수도 없이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신청하다 보니 당첨의 행운이 이어졌다고 한다.

당첨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싸다 보니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아파트 청약제도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요즘처럼 유망 분양 물량이 대기 중일 땐 더욱 그렇다. 연말엔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경기 위례, 판교에 못지않은 입지를 자랑하는 3기 신도시 공급도 예고돼 있다.

선의의 피해자 속출

초보자에게 청약제도는 난수표에 가깝다. 복잡한 데다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이 필요한 사안이 생각보다 많다. 청약제도의 기본법령인 ‘주택공급 규칙’은 1978년 법 제정 이후 40년간 138차례나 바뀌었다. 1년 평균 3.45차례 변경됐다. 과거처럼 단순하게 추첨으로 뽑거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긴 사람을 당첨자로 선정하면 헷갈릴 이유가 없다.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점수가 높은 이를 당첨자로 선정하는 청약가점제 등이 도입되면서 일반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신혼부부 청년층 등을 위한 행복주택·신혼희망타운 등도 새로 등장하면서 국토부 담당 직원마저 헷갈릴 정도가 됐다. 유권해석 시 모호한 경우가 계속 나와 민원을 접하면서 정하거나 배우는 게 현실이라고 국토부 담당자는 토로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헷갈리는 사안에 대해 속시원히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도를 만드는 곳은 국토부다. 국토부에 청약제도를 담당하는 직원은 둘뿐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300통 이상의 전화와 각종 회의에 시달린다. 전화를 해도 잘 연결되지 않는다. 그마저 수시로 담당 직원이 바뀐다. 그다음 대안은 청약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 청약실이다. 여기에 청약 담당자가 10여 명 있다. 청약제도를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지만 통화 연결이 어렵고 까다로운 경우에 대해 유권해석을 해줄 권한이 없다.

부동산마케팅협회에 기대

최종적으로 모델하우스 상담사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건설사 분양소장이나 분양대행사가 실무에 투입하기 전에 교육하지만, 건설사 분양소장조차 제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비청약자의 궁금증에 잘못된 답을 내놓는 분양소장도 더러 있다.

피해는 실수요자 몫이다.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잠깐 실수로 분양에서 떨어지거나 부적격 판정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4건으로, 1순위 청약 당첨자(23만1404명)의 9.4%에 달한다.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 실수로 인한 부적격 건수가 1만4497건(66.5%)나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민간에서 전문가 양성에 나설 예정이란 점이다. 분양대행사의 모임인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가 내년 분양 상담사 양성과정을 운영키로 했다. 최일선에서 청약자를 만나는 분양상담사에게 청약제도를 교육하고, 자격증을 부여할 예정이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런저런 핑계로 뒷다리 잡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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