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이스팅고교 관계자들, 서울 구로구 '유한공고' 찾은 까닭은…

입력 2018-10-31 16:46   수정 2018-11-15 10:30


서울 구로구 항동 소재 유한공고 체육관인 ‘유재라홀’에 들어서면 설립자 유일한 박사(1895~1971)의 운구 사진이 전시돼 있다. 교정 양쪽에 재학생들이 도열해 있고 정문 위엔 ‘할아버지 고이 잠드소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유박사 장례식 사진이다. 유박사는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뒤 마지막으로 자신이 세운 유한공고를 둘러보고 영면에 들어갔다.

그 사진 옆에는 유박사 딸인 고 유재라 재단이사장(1929~1991)의 사진이 걸려있다. 1남 1녀를 둔 유일한 박사의 외딸인 유 이사장은 교육에 헌신한 뒤 200억원대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유일한 박사에 이어 대를 이어 전재산을 기부한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유한공고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 학교 교사·졸업생·장학생·학부모들이다. 그 가운데 미국에서 온 4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네브래스카주 헤이스팅스에 있는 헤이스팅스고교 관계자들이다.

헤이스팅스고교가 소속된 헤이스팅스공립학교의 크레이그 카우츠 감독관을 비롯해 제시카 맥앤드류 재단이사장, 브래디 로더스 및 트레이시 카츠버그 이사 등이다. 이들은 헤이스팅스에서 약 1000㎞ 떨어진 시카고로 이동한 뒤 비행기편으로 인천공항을 거쳐 구로구 항동까지 24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이곳에 도착했다. 유한공고를 찾은 것은 헤이스팅스고교 출신인 유일한 박사 때문이다. 졸업생 1명이 양교간의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유한동문장학회와 유한학원은 재학생을 해마다 미국 중국 등지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 이들 중 미국연수팀은 시카고 뉴욕 워싱턴 등을 방문하며 견문을 넓힌다. 이 중 반드시 거치는 코스가 바로 헤이스팅스고교다. 인문계와 실업계 과정을 갖춘 일종의 종합학교다. 올해는 지난 7월하순부터 한달간 실시됐다. 그동안 10번 해외연수를 보냈는데 이날 ‘유한 글로벌장학생 10기 해외연수 귀국보고대회’가 열린 시각에 맞춰 미국 대표단이 방문한 것이다.


유일한 박사는 1911년 헤이스팅스고교에 입학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신문배달 구두닦이 등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조달했다. 그뒤 독립운동가와 기업가로 활동하다가 ‘사회에 쓸모있는 기술로 승부하라’며 유한학원을 설립했다. 그는 정직한 기업경영자의 표상으로 존경받고 있다. 이날 유일한 박사의 손녀로 미국에 거주중인 유은령 유한학원 이사도 참석했다.

크레이그 카우츠 감독관은 “우리의 자랑스런 졸업생 유일한 박사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삶을 사셨다”며 “그 분 덕분에 유한공고와 헤이스팅스고교가 끈끈한 유대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유한동문장학회와 헤이스팅스공립학교 재단은 해외연수자 홈스테이 지원과 교류 강화 등을 담은 양해각서를 맺었다. 미국을 다녀온 학생들은 영어로 연수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은 “미국 연수의 주된 목적은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자, 유한공고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발자취를 찾고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것”이라며 “유한공고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유박사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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