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기술의 발전 가속화돼도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은 은유하는 능력과 호기심"
[ 오형주 기자 ]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우려해 기계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피지배 상황을 다른 인간들에게 겪을 수도 있습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사진)는 오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8’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아직 열리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후 미래에 대해 벌써부터 비관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재포럼에서 기술혁신 시대에 인간 가치를 일깨우는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들려줄 예정이다.최 교수는 기술 발전이 점점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켜야 하느냐는 물음에 “어느 시대든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인간 고유의 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인간이 언제나 지켜야 할 덕목은 은유하는 능력과 호기심”이라며 “특히 한국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후발주자들은 은유하는 능력과 호기심으로 무장해 변화하는 과학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비슷한 맥락의 해법을 내놨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은 생산성이나 노동 윤리 혹은 국가 전체의 경제력이나 국제적 경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중심이 되는 ‘성장’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정도(程度)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결과의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욱 윤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2015년 설립된 건명원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창의적 인재 육성을 모토로 설립된 건명원은 국내 인문·과학·예술 분야 석학들이 합류하면서 기존 틀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 교수는 “현 교육제도는 묻는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중진국형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정답을 찾고 적용하는 방법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건명원 설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건명원은 매년 30명의 ‘소수 정예’를 대상으로 라틴어에서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교양교육을 한다. 최 교수는 “대학 합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교육으로는 미래를 열어갈 선진국형 인재를 절대 길러낼 수 없다”며 “엘리트 인재 양성을 단순히 평등-불평등의 문제로 보고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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