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폴리실리콘 2위 업체 한국실리콘 매각이 무산됐다. 국제 폴리실리콘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우량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실리콘의 매각주관사인 삼일PwC회계법인이 진행한 본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지난 10월 예비입찰에서 2~3곳 가량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까지 관심이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실리콘은 채권단 및 법원 등과 논의를 거쳐 향후 회생절차 진행방식을 재논의할 계획이다.
첫 공개매각 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된 한국실리콘의 회생절차는 전환기를 맞았다. IB업계는 한국실리콘이 외부 매각을 통한 회생보다 자구 회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매각은 사이러스캐피탈, 파인트리 등 한국실리콘의 주 채권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 쪽의 입장에 따라 진행된 매각 작업이 큰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에 재매각보다는 자구회생이나 청산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매각 작업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에 대한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10위권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한국실리콘이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투자자 가운데 자금 조달 능력과 인수 후 경영정상화 역량을 보유한 소위 ‘유의미한’ 투자자는 없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어떻게해도 마진을 볼 수 없는 시장 상황이라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인수가 확정되는 회생 M&A에서 주채권자들의 의견이 갈린 것이 인수 매력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실리콘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국제 폴리실리콘 시세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 kg당 17달러 선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달 14일 기준 kg당 9.63달러로 40% 가량 떨어졌다. OCI나 한국실리콘 등 생산노하우를 보유한 업계 상위권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인 14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같은 시세변동은 회사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매출액 2350억원,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액 1075억원에 영업손실만 152억원을 냈다. 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비용으로 당기순손실은 644억원에 달한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태양광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정부가 최근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재개하고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중장기적 시황은 나쁘지 않다"며 "태양광 플랜트는 단순 청산하면 고철값 수준으로 전락하는만큼 채무 조정을 통해 자구회생하는 쪽의 방향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 웅진그룹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매물로 나와 지난해 말 약 6년만에 매각된 동종업체 웅진폴리실리콘은 1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기업임에도 8차례 경매 유찰 끝에 약 320억원에 팔린 바 있다.
한국실리콘은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오성첨단소재(옛 오성엘에스티)가 2008년 설립한 회사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 및 태양전지의 솔라 셀(solar cell) 기판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재료다. 전남 여수에 연 5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는 1공장과 연산 1만t 규모의 2공장을 갖추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론 OCI에 이어 국내 2위, 세계 10위 수준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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