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울긋불긋 단풍에 낭만도 물들다"…그 남자 "동화 속 들어온 듯 완벽한 雪國여행"

입력 2018-11-18 15:33  

여행의 향기

그 남자 그 여자의 여행 (2) 캐나다, 붉은 가을 vs 하얀 겨울

겨울산 '끝판왕' 로키산맥…영혼도 순백으로 정화된다

서울 12배 앨곤퀸 주립공원
'단풍의 바다'에 온 듯 착각
'비아레일' 타고 기차여행
삼나무 가지 차창에 스치고…



그 여자: 렌터카 타고 신나게, 단풍 여행을 떠나다

캐나다 단풍 보려면 메이플로드로

가을은 짧다. 아름다운 가을은 더욱 그렇다. 캐나다를 흔히 ‘단풍국’이라 부른다. 국기 한가운데 붉은 단풍잎을 그려넣을 정도로 단풍이 유명하다. 재미있는 건 캐나다의 상징과도 같은, 현재 캐나다 국기의 역사가 6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전 캐나다 국기에는 단풍잎이 없었다. 대신 호주나 뉴질랜드 등 다른 영국 연방국가들처럼 유니언잭(영국의 국기)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불만이 일었다. 국민 간 갈등이 커지자 당시 총리였던 레스터 피어슨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기 디자인을 공모했고, 그 결과 1965년에 지금의 국기가 채택된 것이다. 국민이 만든 국기인 셈이다. 캐나다 곳곳에서 붉은 단풍과 어우러져 펄럭이는 붉고 흰 국기를 바라보며 ‘국기 한번 잘 만들었네!’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홀로 캐나다로 향한 여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부터 이번 여정을 시작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퀘벡주 퀘벡 시티에 이르는 도로를 따라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캐나다의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 그 이름도 유명한 메이플 로드(Maple Road)다.

높이 55m, 폭 671m의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가 그 시작점이다. 여자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 있다. 푸른 폭포 주위를 빙 둘러싼 붉은 단풍 덕분에 폭포는 더 파랗게, 단풍은 더 새빨갛게 빛이 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즐기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크루즈나 보트를 타고 나이아가라강을 거슬러 올라 폭포 바로 아래까지 들어가보기, 테이블 록(Table Rock)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거대한 폭포에서 터져 나오는 천둥 같은 굉음 온몸으로 체감하기, 스카이론 타워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식사하면서 폭포 감상하기, 이 밖에 집라인 즐기기와 헬기 투어 등 그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당신의 방법은 다 옳다. 어느 각도에서든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감동스러운 장면을 보게될 테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그곳, 거대한 폭포 아래에 당신의 근심과 걱정을 모두 버리고 올 수 있을 테니까.

토론토에서 퀘벡까지 붉은 물이 뒤덮은 길

이튿날, 여자는 햇살 싱그러운 길드 파크(Guild Park and Gardens)를 산책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수많은 공원 중 하나다. 단풍잎으로 가득 메워진 산책로는 레드 카펫처럼 붉게 물들었고, 하늘 천장을 뒤덮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들이 낙엽 위에서 별빛처럼 반짝였다.

단풍색이 스며든 붉고 노란 시간 속을 한참 거닐자 하늘 빛깔의 푸르름이 한아름 퍼졌다. 길이 끝나는 곳, 절벽 아래로 하늘처럼 깊고 맑은 호수가 펼쳐졌다. 끝을 알 수 없는 호수 저편, 바다처럼 진하고 시린 하늘이 이어졌다. 붉은색에 익숙해져 버린 시야를 뒤덮은 푸른 향연에 눈앞이 어지럽다. 아! 도시 속에 있는 공원이 있는 게 아니라 공원 속에 도시가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여자는 다시 길 위에 올랐다. 메이플 로드, 그야말로 울긋불긋 단풍으로 뒤덮인 길이다. 이 길을 앞만 보며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자는 토론토를 벗어나 앨곤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으로 향했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다. 1893년에 주립공원으로 지정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이 주립공원을 빼놓고 캐나다 동부의 가을을 설명하긴 어렵다. 공원 내 2400여 개 이상의 호수가 있고 1200㎞에 달하는 강이 흐르는 곳. 서울의 약 12배 크기다. 가을이 되면 이 공원 전체가 붉게 타오른다. 공원 내 가장 높은 곳인 돌셋 전망대에 오르면 ‘단풍의 바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의 향연, 어쩔 수 없이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면 퀘벡으로 향하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퀘벡 시티. 중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단풍은 대자연 속 단풍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도시 어디에서나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고, 도시 어디에서나 낭만이 뚝뚝 묻어난다. 눈부신 햇살, 적당한 기온. 완벽한 순간이다. 캐나다의 가을, 메이플 로드를 따라 여행하는 내내 여자는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남자: 기차로 로키산맥에, 하얀 캐나다를 만나다

비아레일 타고 눈 덮인 로키로 떠나다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캐나다의 겨울은 동화 속 설국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겨울 왕국’ 그 자체다. 코끝이 찡하도록 신선한 겨울 공기의 청명함이 온몸에 전해지는 짜릿함을 즐길 줄 아는 그 남자, 겨울 산의 끝판왕인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떠났다.


실상 아름다운 겨울 왕국을 방문해 보고 싶은 이들이라도 캐나다의 겨울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영하 20도 거뜬히 넘는 추위는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자, 그래서 여기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그 남자가 캐나다의 겨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를 공개한다. 한겨울 로키산맥의 풍광을, 추위와 싸울 필요 없이 관람하기 위해 남자는 ‘비아레일(VIA Rail)’이라는 기차 여행을 선택했다. 상상해 보시라! 따스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눈 덮인 로키산맥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즐기는 따스한 겨울 여행을.

비아레일은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을 연결해 주는 철도로 캐네디언, 코리더, 살레르, 오션 등 다양한 노선이 존재한다. 서쪽의 밴쿠버에서부터 위니펙과 토론토, 몬트리올 등을 지나 동쪽 끝 핼리팩스에 이르기까지 그 거리는 무려 1만3000㎞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0번을 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기차에 짐을 푼 후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열차의 2층으로 올라간다. 비아레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지붕 위의 또 다른 객실, 바로 파노라마칸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다. 관람석 같은 모양새의 파노라마칸은 마치 기차의 맨 지붕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뻥 뚫린 시야를 제공한다. 파노라마칸의 지붕과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일반 열차라면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드넓은 풍경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삼나무 가지들이 차창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면 밤사이 내린 서리가 뒤덮인 들판이 두 팔 벌려 기차를 맞이한다. 어느샌가 길동무가 돼 나란히 달리던 강물 위로 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물안개를 헤치며 아침 햇살이 반짝이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오리떼들이 ‘푸드덕’ 날아오른다. 기분 좋게 흔들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책을 펼쳐 들었다.

순백의 빛으로 정화되는 기차여행

꿈결처럼 감미롭던 시간, 얼마나 지났을까? 붉은 노을이 지나간 하늘은 어느새 까만 밤이 됐다. 어둠으로 가득 찬 파노라마칸의 전등은 켜질 기미가 없다. 정전인가? 의구심 가득한 내 눈빛을 읽었는지 승무원이 말을 건넨다.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을 볼 수 있도록 실내 등을 최대한 줄였어요.”

그 세심한 배려 덕분에 머리 위로 떠 있는 수천, 아니 수만 개의 별들이 함께 달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은하철도 999가 검은 은하수를 유영하듯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반짝이는 별들을 이정표 삼아 기차가 달린다.

이제는 객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지금의 이 기분이 밤새도록 이어질까? 불현듯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떠났던 부산행 밤 기차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몸 하나 끼워 넣기 힘들 정도로 좁은 좌석, 좌석의 반 이상을 침범했던 아저씨의 담배 냄새와 코골이, 어디선가 들려오던 갓난아기의 칭얼거림에 억지로 청하던 잠마저 달아나 버렸던 기억.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자리로 돌아오자 깨끗이 사라졌다. 열차의 직원이 좌석을 완벽한 나만의 침대로 변신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이 지나자 기차는 고요한 겨울 호숫가 곁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식당칸으로 모여든 승객들은 아침 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커다란 창문과 맞닿아 놓인 테이블에 삼삼오오 둘러앉자 저 멀리 여명이 밝아온다. ‘파란’ 겨울 그림이 창가에 새겨지는 것을 바라보며, 모닝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말간 아침을 맞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순간이다. 캐나다 기차 여행. 세상에 없을 것만 같던 꿈 같은 낭만 여행은 현실이 되고, 캐나다의 하얀 겨울 깊숙이를 유영하는 남자의 영혼은 순백의 빛으로 정화된다. 마법 같은 기차 여행의 또 다른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 남자(오재철), 그 여자(정민아) : 결혼과 동시에 414일간 신혼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중앙대 사진학과 출신인 그 남자와 웹기획자 출신인 그 여자는 부부이기에 앞서 한 개인으로서 한 지역에서 경험하게 되는 두 가지 여행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공동 저서로 《함께, 다시, 유럽》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이 있다.

글·사진 정민아 여행작가 jma7179@naver.com / 오재철 여행작가 nixboy99@daum.net

여행 메모

항공편 캐나다 동부의 토론토와 서부의 밴쿠버 모두 매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토론토까지는 약 13시간, 밴쿠버까지는 약 10시간 걸린다.

비자 캐나다 전자 비자(ETA)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2016년부터다. 인터넷으로 직접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만료되지 않은 여권과 이메일 주소,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신청 서류와 비용을 내면 72시간 내로 승인 이메일을 받게 된다. 승인이 난 뒤에는 전산 연결이 돼 있어 따로 승인 메일을 프린트하지는 않아도 된다. 유효 기간은 발급일로부터 5년인데, 혹 여권 유효 기간이 5년 미만으로 남았을 경우에는 여권 만료일까지만 유효하다.

시차 캐나다 동부와 서부의 시차가 다르다. 동부인 토론토는 한국보다 14시간 늦고(서머타임이 적용되면 13시간 차이), 서부인 밴쿠버는 한국보다 17시간이 늦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면 16시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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