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청약경쟁률, 3년새 '10분의 1 토막'

입력 2018-11-19 17:15   수정 2018-11-19 17:18

공모주 시장서 전통 제조업 외면

전통 산업에 투자자 관심 식어
드림텍·CJCGV베트남홀딩스 등
수요예측 기대 못미쳐 잇단 철회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 '쏠림'



[ 이태호 기자 ]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우량 대기업들의 공모주 청약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전통적인 제조·서비스 산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가액 탓에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쟁률 10분의 1 토막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대기업 5곳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평균 39 대 1에 그쳤다. 2015년 평균 419 대 1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마취제 신약 개발업체인 하나제약이 147 대 1로 선전했으나 롯데정보통신(34 대 1), 우진아이엔에스(11 대 1), 애경산업( 2 대 1), 티웨이항공(1 대 1)은 저조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들의 상장 창구인 유가증권시장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3년째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6년에 평균 125 대 1로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 난 뒤 2017년엔 108 대 1로 더 낮아졌고, 올 들어 두 자릿수까지 움츠러들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전통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하락이 저조한 청약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제조업체 청약 경쟁률은 2015년까지만 해도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PC강연선을 만드는 동일제강은 789 대 1, 타이어 금형업체 세화아이엠씨는 731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공개(IPO)담당 임원은 “저금리와 저성장 추세가 굳어지면서 청약자금의 성장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우량 가치주 가치 산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 격차는 2016년 바이오의약품업체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급증을 계기로 크게 벌어졌다. 최근에는 로봇과 2차전지, 보안 솔루션 등 ‘제4차 산업혁명’ 수혜를 내세운 중소·벤처기업들로 청약 열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코스닥 신규상장기업 45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의 평균 경쟁률은 672 대 1로 작년의 578 대 1을 웃돌고 있다.

공모금액 작년의 15%

상장을 아예 포기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4년 연속 하락하면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모가액을 좌우하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기준 평균 71 대 1을 나타냈다. 2014년 375 대 1과 비교해 급격히 하락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자금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소 1080억원어치 주식을 공모하려던 CJCGV베트남홀딩스는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드림텍도 지난 2일 같은 이유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계획을 접었다. 주식 공모금액이 1조2000억원을 웃돌았던 SK루브리컨츠는 지난 4월 실망스러운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자 공모 절차를 중단했다.

오는 23일 상장 예정인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정보통신(IT) 서비스업체 아시아나IDT는 공모가액을 주당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7 대 1에 그쳐 앞서 희망한 수준(1만9300~2만41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들의 상장 포기가 잇따르면서 IPO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은 모두 655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4조4479억원의 1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들의 ‘가수요’ 감소를 급격한 수요예측 경쟁률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원하는 물량의 수십 배를 써내던 관행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뜻하지 않게 과도한 주식을 배정받는 난처한 상황을 경험한 기관들이 실수요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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