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이재갑 장관 "탄력근로 확대 연내 입법 완료…민주노총 불법행위엔 책임 묻겠다"

입력 2018-11-20 17:36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부 미온적 대응 비판 있지만 사회적 대화 틀 안으로
민주노총 끌고 오는게 중요…고용과 노동은 별개 아냐
누가봐도 공정한 운동장 만들 것

선택근로제 확대는 무리한 요구…주휴수당 없애면 得보다 失 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은 국회 몫…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들어

최저임금 부작용 확인돼도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어
최저임금委가 결정에 고려할 것

혼란 부른 최저임금 산정방식…법원도 개정안 따라올 거라 기대



[ 백승현 기자 ]
지난 9월 말 임명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60)의 취임 일성은 ‘일자리 문제 해결’이었다. 고용 상황이 외환위기 수준으로까지 악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 장관이 역량을 발휘할 주변 여건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근로시간 단축 유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둘러싸고선 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21일 총파업은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파업이든 점거농성이든 불법행위에 대해선 사후에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원칙 대응’을 강조했다. 다만 노동계를 자극할 만한 단어는 애써 피했다. 현 정부가 1년 넘게 공들여온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깨질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용지표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고 봅니까.

“지금 상황은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과는 다릅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굉장히 낮아져 있고 실업률도 올라가는 등 거시경제 사정이 나빠진 건 사실입니다. 현 상황에 경각심을 갖고 있지만 위기라고 규정지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야 합의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2주(취업규칙), 3개월(노사합의)인 단위기간을 어느 정도로 늘려야 합니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짧으면 근로자에게도 문제가 생깁니다. 단지 기업 경영의 애로만 있는 게 아니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입니다. 다만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6개월 또는 1년은 돼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합니다. 단위기간 외에도 사전에 근로시간을 정해둬야 하는 문제, 근로자 임금 감소 문제, 건강권 확보 방안 등이 동시에 논의돼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 시한이 있다면요.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에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22일 경사노위 출범과 함께 첫 안건이 될 겁니다. 위원회 구성 등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위원 구성과 별개로 일단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내야 합니다. 연말에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끝나는 만큼 연내 입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상한이 없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요구가 적지 않습니다.

“그건 너무 과도한 요구라고 봅니다. 현행 1개월 단위인 선택근로제는 임금 및 근로시간 정산과 관련이 깊습니다. 한 달 단위로 근로시간을 정산해야 월급 지급일과 주기가 맞는데 정산 기간이 달라지면 복잡한 문제가 많이 생길 겁니다.”

▶취임 직후 업무지시 1호가 최저임금 실태조사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부 지원대책은 효과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현장 간담회, 심층면접기법(FGI) 등을 활용하려 합니다. 고용노사관계학회와 협의를 마친 뒤 실태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정부지원 대책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부작용이 확인되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도 참고하도록 할 수 있나요.

“이 조사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가 참고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최저임금위가 심의에 들어가면 위원들이 어떤 자료를 활용할지는 스스로 결정합니다. 다만 최저임금위에서 경제·고용상황과 산정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구분 적용은 불가능합니까.

“지역·업종별 구분 적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관련 법안이 국회에 총 35건이나 계류 중입니다. 구분 적용 여부는 국회에서 논의될 겁니다. 정부 역시 논의에 직접 참여해 장·단점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어느 지역, 어느 업종을 차등화할 것인가를 놓고 해법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기준시간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입니다. 대법원 판결과 반대인데요.

“시행령의 산정 방식이 바뀌면 법원 판단도 변경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까지는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법원이 그렇게 판결했던 거지요. 대통령령 정도로 정리가 되면 법원에서 존중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개정 시행령과 다른 판단이 나오면 정부가 바꿔야겠지만요.”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 된 배경에는 주휴수당이 있습니다. 주휴수당 폐지론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 도입한 제도입니다. 60년이 넘었지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모든 임금체계가 주휴수당을 전제로 구축돼 왔습니다. 현행 임금체계가 주휴수당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급으로 전환하면 득보다 실이 클 겁니다. 만약에 없앤다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국정 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놓고 우려가 많습니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협약은 선진국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단순히 ILO에 가입했기 때문이 아니죠.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발전했으니 국제규범에 맞춰야 합니다. 유엔에서도 이를 기본 협약으로 보고 있고, 모든 무역협정에서도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선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게 맞지 아예 비준을 거부하고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해고자 노조 가입 문제만 해도 지금도 제3자에 협상을 위임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협약이 비준돼도 공무원 단체행동권 같은 경우는 제한이 불가피하고요.”

▶민주노총의 불법 농성이 잇따르고 있는데 정부가 손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 대응이 미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대화를 통해 점거 해지를 유도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혹여 법 위반이 있다면 사후에라도 엄정 조치할 계획입니다. 올 추석 때 서울고용노동청을 점거했던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선 법위반 행위 채증작업을 거쳐 고소까지 한 게 그 사례입니다.”

▶민주노총이 21일 총파업을 선언했는데, 정부 대응 방침은 무엇입니까.

“파업의 불법성 여부는 사업장별로 판단할 겁니다. 지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야 할 시기입니다. 일단 (민주노총을) 대화의 틀 안으로 끌고 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도 국민경제, 고용 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고민해주길 기대합니다.”

▶일부 민간기업에서 고용세습 단체협약 조항이 여전합니다.

“단협에 장기근속 자녀 특별채용 등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던 130개 사업장 중 119곳은 이미 개선됐습니다. 아직 11곳이 남아 있는데 5곳에는 시정명령을 내렸고 6곳은 단협 개선 재권고 단계에 있습니다.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해 법적 조치할 겁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은 적절했다고 봅니까.

“개혁위는 국정과제에 들어 있던 적폐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꾸려졌습니다. 개혁위 보고서에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일부 의견만 실린 경우도 있어 사실 확인 등을 더 해볼 생각입니다.”

▶김영주 전임 장관은 고용부의 핵심 업무 중 고용이 30, 노동이 70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취업자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도록 하는 정책, 이 두 가지는 다르지 않습니다. 고용과 노동은 반반입니다. 노사가 각자 입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데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게 고용부 역할입니다.”

■데이터 중시하는 관료…직원들 사이서 '지도교수'로 불려

이재갑 장관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부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정통 관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직속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에서 노동 유연화와 대기업 노조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는 고용정책실장으로 고졸 채용 확대와 ‘스펙 타파’ 정책을 폈다.

고용·노동 분야를 두루 맡아왔지만 고용부 내부에선 노동보다 고용 전문가라는 평가가 많다. 노동조합 출신 3선 의원인 김영주 전 장관이 고용 쪽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장관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2010년 노사정책실장을 맡아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제도와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한 정책을 총괄한 적이 있다. 이 장관 임명을 놓고 노동계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거수기를 발탁한 퇴행인사”라며 강력 반발했던 이유다. 이 장관은 정책 입안 때 데이터를 중시하는 학자 스타일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지도교수’로 불린다.

고용부로선 지난달 임명된 임서정 차관과 함께 내부 출신 장·차관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2011년 이채필 장관·이기권 차관에 이어 7년 만이다. 일각에선 전문 관료 ‘투톱’ 발탁으로 업무처리에 속도가 붙겠지만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미국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학 석사
△행정고시 26회
△고용정책과장
△고용정책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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