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케이블 밀집' 지하구에 소화기만 달랑

입력 2018-11-25 15:00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제외
시대 변화 반영되지 않은 상황
집중 수용 방식 도마 위…보상방안 관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통신 장애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설비인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 타면서 전면 교체가 불가피한 상태로 대규모 통신장애를 초래한 허술한 방재 설비와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KT 아현지사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통신망이 손상되면서 아현지사 회선을 이용하는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준 이동전화기지국은 53%, 일반 인터넷(카드결제 포함) 회선 77%가 복구됐다. 다만 카드결제를 등 데이터 통신은 여전히 원활치 않은 상태다.

무선전화는 현장에 투입된 이동기지국과 인근 국사로 트래픽을 우회할 수 있어 유선보다는 복구 속도가 빠르다. 소실된 광케이블과 회선까지 복구하려면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소방당국과 KT는 보고 있다.

대규모 통신 장애가 이어지면서 허술한 설비 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설비가 밀집된 집중 국사였지만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말 아현지사 상주 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불이 나더라도 즉각 대응이 어려웠던 구조다.

소방법상 허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소방법은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m 미만이라 방지설비 설치 의무가 없다. 통신회선으로 전송하는 서비스와 트래픽 양이 급증한 시대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T가 집중 국사를 운영하며 통신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은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장비와 회선을 한 군데로 집중하다 보니 통신구 한 곳의 화재로 서울 주요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KT 통신장애가 24시간을 넘기면서 최근 15년간 최장 통신 장애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4년 이후 통신장애는 23차례, 55시간40분에 달한다. 이 중 24시간을 넘긴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오류, 하드웨어 불량, 과부하 등으로 인한 사고였다. 이번처럼 통신구 화재 등 설비가 직접 훼손된 경우는 없다. 과거에도 통신구 화재는 대형 통신장애로 이어졌다.

1994년 3월 10일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 사태를 몰고 왔다. 화재로 지하 통신구의 광케이블이 타면서 전화회선과 방송회선 등이 끊겼다. 전화는 화재 발생 나흘만인 14일 오전에 완전 복구됐다.

통신 장애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보상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KT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고객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기본료)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를 거쳐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다. IPTV는 시간당 평균요금의 3배를 보상한다.

그러나 통신 두절에 따른 영업 피해는 보상 전례가 없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1994년 종로 통신구 화재 때 한국통신은 간접적 경제 손실은 보상하지 않았고, SK텔레콤 역시 2014년과 올해 4월 통신 장애 시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대리기사나 택배기사 등에 별도 보상을 하지 않은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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