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재테크 실패' 지켜본 日 3040 "월세 살며 펀드 투자"

입력 2018-11-27 17:34   수정 2018-11-28 08:38

중산층 재테크 리포트
<2부> 재테크는 '인생 마라톤'…대박 환상을 깨라
(3) 일본 新 중산층의 달라진 노후 준비

금융자산 비중 日 56% 韓 24%…부동산보다 금융상품에 관심
퇴직연금 펀드비중 46%로 늘어…"고령화 피부로 느끼며 적극 투자"

중위험·중수익 상품 선호…해외자산 배분 펀드에 자금 몰려
리츠 상품도 12조엔 규모로 성장…"한국 중산층, 日 사례 참고해야"



[ 최만수 기자 ]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재테크 혹한기’를 거쳤다. 장기 불황을 겪은 ‘부모 세대’에 재테크는 사치나 다름없었다. 아파트, 맨션을 샀던 이들은 집값 반토막에 속으로 끙끙 앓았다. 간혹 여윳돈이 생겨도 주식과 펀드 같은 투자상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본 중산층이 겪은 또 다른 ‘잃어버린 20년(1991~2010년)’이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 14% 이상)로 진입하면서 노인 빈곤이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어려움을 보고 자란 일본 3040세대는 다르다. 월세로 살고, 돈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굴린다. 노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다. 일본에선 신(新)중산층을 중심으로 투자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2025년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둬 일본 중산층의 변화가 주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말한다.


뒤늦게 주식펀드로 몰리는 자금

일본에서 신중산층을 중심으로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는 건 자산운용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증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2009년 초 38조3279억엔에서 올해 10월 말 98조3179억엔으로 156.5%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가 76조5839억원에서 60조4531억원으로 21.1%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일본 전체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56.7%에 이른다. 한국(24.6%)의 두 배가 넘는다. 부동산 투자보다 금융상품 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도 바뀌고 있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에 따르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근로자의 자산 구성에서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2%에서 2017년 46%로 높아졌다.

도쿄의 한 종합상사에 근무하는 마쓰오카 쓰요시 씨(38)는 “평균 0.001%에 불과한 예금 금리로 노후를 대비할 순 없다고 판단해 3년 전부터 연금자산의 60% 이상을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연금을 운용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카히로 쓰치야 다이와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거품 붕괴 당시 도미노식 파산을 눈으로 본 중장년층은 여전히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지만 젊은 직장인 사이에선 펀드투자가 단기적 위험은 있어도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생각이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스형 펀드·리츠 등 인기

선호 상품도 과거와 달라졌다. 원래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월지급식펀드다.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현금을 나눠 받는 월지급식 펀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찾는 보수적인 일본 투자자 사이에서 노후 대비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익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원금을 잃는 사례가 생기자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월지급식 펀드 규모는 2014년 43조엔(약 42조6000억원)대까지 커졌다가 작년 말 30조엔대로 줄었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월지급식 펀드보단 ‘밸런스형 펀드’를 선호한다. 이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해외 자산에 투자금을 골고루 나눠 운용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신흥국 시장의 고수익에 선진국의 안전성을 더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밸런스형 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체 주식형펀드 규모는 15% 이상 늘었다.

사가와 아구리 다이와종합연구소 연구원은 “몇 년간 수익성이 별로 좋지 않았던 월지급식 펀드보다 해외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가 젊은 직장인들의 재테크 성향에 잘 맞았다”고 말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품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도입됐지만 시장 규모가 12조엔(약 12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 등 부동산 개발 수요가 증가한 데다 안정적인 고배당 투자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일본 리츠 펀드들은 올해 세계 증권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10% 이상 수익을 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일찌감치 고령화와 저성장을 겪었던 일본 사례는 한국 중산층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일본 중산층처럼 해외로도 눈을 돌려 투자자산을 분산하고, 적극적으로 수익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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