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교보생명 이사회서 기업공개 의결하기로 했지만
FI들, 풋옵션 행사 강행키로
신 회장 상환 재원 마련 어려워
교보생명 경영권 영향 미칠지 주목
확실한 투자회수 방안 제시하면 FI와 막판 합의 가능성도
[ 정영효/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2일 오후 3시55분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사진)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에 따라 2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이달 말까지 돌려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교보생명 측이 이를 막기 위해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IPO)를 의결하기로 했지만, FI들은 ‘이미 늦었다’며 풋옵션 행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2일 금융권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FI들은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를 지난주 초 교보생명에 제출했다. 지난 10월 말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11월 말까지 행사가격을 산정하자’고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본지 10월29일자 A1, 22면 참조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주주 간 계약에 포함했다. FI들은 3년이 지나도록 IPO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지난 10월 말 풋옵션을 전격 행사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신 회장이 되사와야 할 지분의 가격을 정하기 위해 양측은 각각 교보생명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가격 차이가 클 경우 제3의 평가기관에 의뢰해 가치를 재산정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FI들은 보고서에서 지분 24%의 가치로 약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은 제출 기일이던 지난주 초까지 평가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FI들이 제시한 약 2조원이 최종 가격이 됐다.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해야 하는 ‘데드라인’은 평가보고서 제출 한 달 뒤인 이달 말이다. 이때까지 2조원을 주고 지분을 되사오지 않으면 신 회장은 법적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없는 신 회장이 2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주식(33.78%)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법이 유일하다”며 “하지만 시장이 평가하는 교보생명 가치와 담보인정비율(LTV)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돈을 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교보생명은 오는 11일 이사회에서 IPO를 의결하기로 했다. 의결을 보류했던 지난 9월 이사회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FI들은 “이제 IPO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FI 측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IPO를 하려면 이미 지난달에 상장 지정감사인을 정했어야 하지만 교보생명이 이를 거부했다”며 “2015년 이후 시간끌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IPO를 추진하더라도 풋옵션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FI들이 풋옵션을 강행하고 신 회장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양측은 계약에 따라 중재판정을 받는다. 중재 결과가 FI의 승리로 나올 경우, FI들은 신 회장의 지분이나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수 있다. 교보생명 경영권이 제3자에 매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등과 제휴할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IB업계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다만 신 회장이 FI들이 납득할 만한 투자 회수 방안을 제시하면 막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영효/유창재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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