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부시 가문과 한국 재계

입력 2018-12-02 17:44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그제 세상을 떠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재계와 인연이 깊다. 기업가 출신인 그는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까지 2대에 걸쳐 한국 기업인들과 친분을 맺었다. 그 인연으로 퇴임 후에도 우리나라를 자주 방문했다.

‘부시 가문’과 가장 가까운 재계 인사로는 류진 풍산 회장이 꼽힌다. 류 회장과 부시 집안의 인연은 부친인 고(故) 류찬우 회장 시절 시작됐다. 1992년 방위산업진흥회장이던 류찬우 회장이 방한 중인 ‘아버지 부시’에게 미국 법인 준공식 참석을 요청했다. 이에 대통령 부인 바버라 부시가 참석하면서 각별한 사이가 됐다.

류진 회장은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부시 부자(父子)를 잇따라 초청해 하회탈 등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줬다. 류 회장은 ‘아버지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불렀으며, 지난 4월 별세한 바버라 여사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부시 가문의 터전인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다. 1992년 2월에는 재임 중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로스앤젤레스에서 40분간 단독 면담하며 미국 내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해 화제를 모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인연도 깊다. ‘아버지 부시’는 2001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방문했다. 2005년 6월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같은해 말 정 회장 초청으로 다시 방한한 그는 “미국에서 현대차 광고가 눈에 많이 띈다. 공장이 잘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미교류협회를 이끌며 2001년 ‘아들 부시’ 취임식에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들 부시’와 함께 지난해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최근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부시 집안과 친밀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아버지 부시’가 재임 중 두 차례나 한국 국회를 찾아 연설한 것은 ‘재계 친구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냉전 종식 후인 1992년 방한 때 “북한은 비핵화 공동선언의 핵사찰과 검증 부분을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2001년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세계지도자와의 대화’를 비롯해 2005년, 2008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그때마다 기업인 특유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앞세운 국가경영 철학을 보여줬다. 안동 탈춤을 보고 “원더풀”을 연발하며 하회탈처럼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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