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시공 업역 폐지, 규제혁신 출발점 돼야

입력 2018-12-02 17:46  

"노사정 합의한 '시공자격' 혁신안
후속 조치·실행 차질없이 이뤄져
건설 전반의 규제철폐로 확산돼야"

김성일 <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부는 최근 건설 분야 노사정이 참여한 건설산업혁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종합과 전문으로 구분된 칸막이 업역규제를 혁신하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정 합의의 공동선언문 형식으로 발표한 이 혁신안은 올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과 내년 이후 후속 사항에 대한 법령 정비를 통해 2021년부터 공공공사부터 적용하고 2022년에는 모든 공사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방안의 초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16조에 규정돼 있는 ‘시공자격’, 즉 업역규제의 혁신에 있다. 종합공사를 도급받으려는 사람은 종합공사 업종, 전문공사를 도급받으려는 사람은 전문공사 업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런 업역규제는 분업 구조가 명확하게 표준화된 공사 위주로 전문공사 업종을 보호하고, 세부 전문분야에 따른 시공업역을 전문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해온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업역 분리는 ‘종합업종은 원도급자, 전문업종은 하도급자’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굳어졌다.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 수직적 관계형성에 의한 불공정거래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고, 업역 간 이해관계로 상호불신의 문화를 고착시켜 왔다.

세계 각국의 건설생산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런 업역규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다. 과거 압축성장 과정에서 생산공정의 효율성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건설산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으나, 현재는 오히려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변했다.

그동안 전문가들과 업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업역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주요 정부 대책에 업역규제가 단골메뉴로 포함돼 왔다. 하지만 원론적인 공감 수준에 머물러 왔고 실행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올 들어서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건설산업 규제혁신의 큰 틀 속에서 노사정과 학계, 연구계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한 지속적 논의를 거쳐 업역의 당사자인 종합공사업체와 전문공사업체, 건설근로자 대표인 노조 간에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수립됐다.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의 합의와 서명을 통해서다.

이 로드맵은 2년의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일시적 시행에 따른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건설업체로 하여금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세부 후속조치를 철저히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유예기간 동안 규제혁신 기조에 따른 세부 업종체계 개편과 등록기준 정비, 발주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향후 건설산업혁신위원회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건설 분야의 노사정 합의는 제도의 합리적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노사정 모두의 참여와 합의, 서명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과거 업역규제 철폐 시도와는 차이가 있다. 향후 건설산업 규제혁신을 위한 모범적 사례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 건설 업역규제 혁신 로드맵은 ‘시공자격’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건설산업 생애주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업종 전반의 업역규제혁신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도약’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 건설시공분야의 업역규제 혁신이 건설산업의 생산 효율성과 발주자의 선택권 확대, 협력적 건설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도록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설계-시공-유지관리 업역 등 건설산업 전반의 규제혁신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사정 합의의 규제혁신 로드맵에 따른 후속 논의와 실행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업역규제인 ‘시공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건설업계 전반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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