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가 한 증권사의 소개로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현 써머스플랫폼)을 처음 접한 건 2007년이었다. 가격비교 사이트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던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당장 창업자인 서홍철 대표를 만나 인수를 타진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달랐다. 마침 네이버가 가격비교 시장에 진출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그렇게 1차 인수시도는 무산됐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건 6년 뒤인 2013년. 네이버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07년 약 10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8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도 거뒀다. 서 대표도 사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터. VIG파트너스는 서 대표를 설득한 끝에 2014년 에누리닷컴 지분 88.4%를 660억원에 인수했다.
○모바일 진출·추가 M&A로 성장
VIG파트너스가 에누리닷컴 인수에 공을 들인 건 성장 여지가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에누리닷컴은 가격비교 시장에서 상당한 브랜드력을 확보했지만, 모바일 사업에는 진출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회사내 현금도 충분해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인접 사업으로의 다각화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VIG는 인수 후 에누리닷컴의 최고경영자(CEO)로 전자상거래 분야 최고 전문가인 최문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영입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이베이코리아에서 새로 뽑아왔다. 회계사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총 4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새 경영진은 즉시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경쟁사에 비해 늦은 만큼 모바일 앱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면 적립금을 지급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충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모바일 앱의 매출 기여도는 인수 당시 0%에서 지난해 40%까지 높아졌다.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를 추가로 사들이는 ‘볼트온(Bolt-on) 인수’도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이었다. 2014년 택배 위치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윗트래커를 5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인 쉘위애드(인수금 30억원), 골프장 부킹업체 그린웍스(160억원)를 사들였고 2016년에는 해외 직구업체 메가브레인(60억원)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전자상거래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써머스플랫폼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추가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 창출
인수한 회사는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경영에는 미숙한 회사들이었다. 최 CEO를 포함한 4명의 임원들이 각 회사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에누리닷컴의 경영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한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쉘위애드의 경우 게임회사에 집중되어 있던 광고주를 에누리닷컴의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대형 제조업체 등으로 확대했다. 인수 당시 매출 17억원에 영업적자 2억원을 내던 쉘위애드는 지난해 매출 46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올렸다. 그린웍스의 경우 실적을 개선하는 과정에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인 YG스포츠에 315억원을 받고 매각, 두배 가까운 수익을 내기도 했다.
스윗트래커를 인수한 건 에누리닷컴의 데이터 사업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가격비교 업체인 에누리닷컴이 가지고 있던 데이터로는 고객이 어떤 제품을 클릭했는지까지는 알 수 있었지만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스윗트래커는 에누리닷컴이 필요한 고객 구매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두가지 정보를 결합해 에누리닷컴은 온라인 시장 매출액과 점유율 등의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최 CEO는 “신규 데이터 사업만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이 1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제한적 경쟁입찰 통해 코리아센터에 매각...IRR 23.5% 기록
써머스플랫폼의 매출은 인수 직후인 2014년 186억원에서 지난해 34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5억원에서 122억원으로 불어났다. 계획대로 성장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VIG파트너스는 올해초 제한적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에 나섰다.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은 비슷했지만 확실한 미래 성장 전략을 내놓은 코리아센터를 인수자로 선정했다. 코리아센터는 개인쇼핑몰 개설에 도움을 주는 메이크샵과 해외 직구 사이트 몰테일을 운영하는 회사로 써머스플랫폼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이철민 대표는 “상장을 앞둔 코리아센터는 써머스플랫폼을 인수해 상장시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이크샵이 보유한 개인 쇼핑몰만 2만여개로 이를 써머스플랫폼에 등록할 경우 메이크샵뿐만 아니라 써머스플랫폼도 강력한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7월 코리아센터닷컴에 1026억원을 받고 써머스플랫폼을 매각했다. 2015년에 추가 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끌어들인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의 몫을 제외하고 VIG파트너스가 받은 매각금액은 총 903억원이었다. 4년동안 인수금융 리파이낸싱과 감자 등을 통해 360억원을 회수한 것을 감안하면 총 660억원을 투자해 1263억원을 벌어들였다. 내부수익률(IRR)은 23.5%를 기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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